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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케토 다이어트, 살 빼고 건강 잃을 위험 커

입력 | 2024-08-06 09:13: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탄수화물 고지방’으로 구성된 케토 식단(keto diet)으로 체중 감량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슬픈 소식이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배우 기네스 펠트로, 제니퍼 애니스톤, 할리 배리 같은 유명인을 비롯해 운동선수, 보디빌더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저탄고지’ 식단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유익한 장내 세균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을 해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케토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대부분의 칼로리를 지방에서 섭취하는 게 특징이다. 탄수화물에서 얻은 포도당 대신 몸에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체중 감량을 촉진한다. 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태우는 ‘케토시스 상태’를 유도하는 식단이 바로 케토 다이어트다.

의학 전문지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5일(현지시각) 연구결과를 발표한 영국 배스 대학교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53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12주 동안 중간 정도의 당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식단, 저당 식단(당이 칼로리의 5% 미만), 케토 식단(탄수화물이 칼로리의 8% 미만) 중 하나를 제공했다.

케토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은 12주 동안 가장 많은 평균 2.9킬로그램의 체중을 감량했다. 저당식 식이요법 그룹은 평균 2.1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문제는 케토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에서 체중 감소와 함께 우려할만한 건강지표도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다. 동맥에 위험한 플라크 축적과 관련된 특정 유형을 포함하여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으며, 유익균 비피더스균(Bifidobacteria)은 감소했다.

또한 케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신체가 탄수화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면서 인슐린 저항성 징후를 보였으며, 이는 정상 식단으로 돌아가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설탕을 제한한 식단은 장내 박테리아의 변화 없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현저히 낮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를 주도한 러셀 데이비스 박사는 “케토 다이어트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동맥에 플라크가 쌓일 수 있는 아포지단백 B를 증가시켰으며 섬유질 소화, 영양소 흡수,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며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박테리아인 비피도박테리아를 감소시켰다”라고 설명하며 “케토제닉 다이어트로 인해 하루 15그램 정도의 식이섬유 섭취량이 줄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피더스균의 감소는 과민성 대장 질환과 같은 소화 장애의 위험 증가, 장 감염 위험 증가, 면역 기능 약화 등 장기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케토 다이어트 대신 저당 식단을 채택할 것을 권장하며,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 없이 지방 감소를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케토 다이어트가 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연구진에 따르면 단기간의 케토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에게서 비피더스균 감소가 확인 됐다. 2022년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감소는 대장 건강에 해롭고 비만, 제2형 당뇨병, 우울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일부 건강 전문가들은 케토 다이어트가 지속 불가능한 단기간의 식단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유익한 면도 있다.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줄이며 뇌전증 어린이의 발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등 일부 경우에는 유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