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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테크’보다 ‘얼죽신’ 대세…준공 5년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값 뛰어

입력 | 2024-08-06 15:12:00


사진은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3구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단지. 2024.7.30/뉴스1 ⓒ News1

직장인 장모 씨(39)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 5월 ‘영끌’해 매수한 서울 성동구 전용면적 114㎡ 아파트를 지난달 처분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준공 20년차가 됐다. 장 씨는 2억8000만 원의 차익을 거뒀지만 4년 간 대출 이자와 수리비 등을 빼면 사실상 손해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리모델링과 인근 재개발 호재를 보고 매수했지만, 가격 오름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당분간 인근 단지 전세로 살면서 돈을 더 모은 뒤 상급지 준신축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9주 연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신축과 구축 간 가격 상승세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집값 급등기 때만 해도 재건축 기대감에 ‘몸테크(낡은 집에 살며 재건축까지 버티는 것)’ 수요가 몰리면서 구축 가격이 신축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최근엔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구축 인기가 줄어든 반면 신축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아파트 선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3구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단지. 2024.7.30/뉴스1 ⓒ News1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당시 준공 20년이 넘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5.1로 준공 5년 이하 신축 매매가격지수(103.6)보다 높았다.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가격(100)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구축 단지가 신축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반면 올해 6월 기준 준공 20년 초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3.7로, 준공 5년 이하(95.8)보다 줄었다. 준신축(준공 5년 초과~10년 이하)과 준준신축(준공 10년 초과~15년 이하)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96.5, 97.9로 20년이 넘는 구축보다 높았다.

서울에서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인 마포구에서도 구축과 신축 간 가격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성산시영’은 올해로 준공 38년를 맞은 재건축 예정 단지다. 소형 평수가 많아 2020, 2021년 ‘영끌’ 수요가 특히 몰렸다. 이 단지 전용면적 50㎡은 올해 1월 9억2200만 원에 팔렸는데 가장 최근에는 8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연초보다 4200만 원 떨어졌다. 반면 인근 준공 9년차인 ‘DMC 파크뷰자이’ 거래가는 같은 기간 11억1000만 원에서 13억 원으로 1억9000만 원 올랐다.

전문가들은 구축 인기가 떨어진 원인으로 공사비 급등과 금리를 꼽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구축 단지들은 재건축 기대감에 급등했지만, 2022년부터 금리가 오른 데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급락기 때 신축에 비해 가격이 더 많이 내려갔고 회복 속도도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단지 내 편의시설을 중시하는 세태가 거론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추진부 부부장은 “과거에도 신축 선호는 있었지만 최근 3, 4년 새 입지나 평수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비싸더라도 신축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