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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택동]명문대생 연합동아리, 마약 소굴이었다

입력 | 2024-08-06 23:18:00



“우린 깐부잖아!” 유명 드라마에 나오는 친근한 대사를 홍보물에 인용하면서 이름도 ‘깐부’(오랜 친구)라고 붙인 이 동아리는 ‘친목 동아리’를 표방하며 회원들을 모집했다. ‘자차 8대 이상 보유’ ‘고급 호텔·리조트 VIP 다수 보유’ 등 광고를 앞세워 고급 사교클럽인 것처럼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 다니다가 제적된 이 동아리 회장 A 씨는 회원을 면접하면서 외모와 집안까지 깐깐하게 따졌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동아리는 마약의 소굴이었다.

▷2021년 말 동아리를 만든 A 씨는 규모를 키우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대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호화로운 술자리를 마련하고 호텔 풀파티에도 초대했다. SNS 등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가입자가 300명으로 늘어나 전국 2위 수준의 대학 연합동아리로 성장했다. 그런데 A 씨가 뿌린 돈의 출처는 마약 판매 자금이었다. 가상화폐로 마약 구매 대금을 딜러에게 보내고 ‘던지기’ 수법으로 받은 뒤 회원들에게 팔았다. 마약상들이 근래 자주 이용하는 방식이다.

▷A 씨는 처음에는 ‘입문 마약’이라고 불리는 대마를 회원들에게 권했다. 이후 엑스터시, LSD, 케타민, 필로폰 등 점차 강력한 마약으로 확대했다. 특히 이들이 애용한 것은 LSD였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LSD를 투약한 뒤 “갑자기 밀밭 전체가 바흐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을 만큼 환각 효과가 세다. 몇몇 회원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호텔로 불러 함께 투약한 뒤 집단 성관계까지 가졌다고 하니 이런 막장이 없다.

▷대학생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혹은 재미 삼아 ‘딱 한 번만’이라는 생각으로 마약에 손을 댔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약의 끝은 감옥이나 병원, 그것도 아니면 무덤”(양성관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이라고 했다. 검찰은 A 씨 등 6명을 기소하고, 단순 투약자 8명은 치료 조건으로 기소유예했다. A 씨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 재학생이었다. 앞날이 창창했던 젊은이들이 마약의 덫에 걸려 미래를 알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 대비 50%, 10년 전에 비해선 3배가량 늘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마약에 빠진 청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5년 전만 해도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미만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5%를 넘어섰다. 고교생이 마약 판매에 나서고, 캠퍼스에는 마약 홍보 전단이 뿌려지고 있다.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청년들은 마약에 빠져들기 쉽고 그 폐해는 평생을 가는 만큼 교육과 치료를 강화해 단단히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마약의 유혹에 빠진 학생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현실이 아찔하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