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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테크’보다 ‘얼죽신’… 5년이하 신축 아파트값 껑충

입력 | 2024-08-07 03:00:00

서울 신축 매매가격지수 2.1P 높아
20년초과 아파트 가격은 뒷걸음
공사비 급등 재건축 매력 떨어져
커뮤니티 시설 등 편의성도 영향




ⓒ뉴시스

직장인 장모 씨(39)는 집값이 급등하던 2020년 5월 ‘영끌’ 매수한 서울 성동구 전용면적 114m² 아파트를 지난달 처분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준공 20년 차다. 장 씨는 2억8000만 원의 차익을 거두긴 했지만 4년간 대출 이자와 수리비 등을 빼면 사실상 손해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리모델링과 인근 재개발 호재를 보고 매수했지만 가격 오름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당분간 전세로 살면서 돈을 모아 준신축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9주 연속 오르는 가운데 신축과 구축 간 가격 상승세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집값 급등기 때만 해도 구축 가격이 신축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에 ‘갭투자’와 ‘몸테크(낡은 집에 살며 재건축까지 버티는 것)’ 수요가 몰리면서다. 하지만 최근엔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구축 인기가 줄어들고 거주 편의성이 좋은 신축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초기 비용이 높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더라도 신축에 살겠다는 의미로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아파트 선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준공 5년 이하 신축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5.8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93.7)보다 2.1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가격(100)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신축 단지가 구축보다 인기가 많다는 뜻이다.

2021년 12월에는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105.1로, 준공 5년 이하(103.6)보다 높았다. 지난해 8월 준공 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20년 초과 아파트를 역전한 뒤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인접한 동네에서도 구축과 신축 간 가격 흐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성산시영’은 올해로 준공 38년를 맞은 재건축 추진 단지다. 소형 평수가 많아 2020, 2021년 ‘영끌’ 수요가 특히 몰렸다. 이 단지 전용면적 50m²는 올해 1월 9억2200만 원에 팔렸는데 가장 최근에는 8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연초보다 4200만 원 떨어졌다. 반면 인근 준공 9년 차인 서대문구 ‘DMC 파크뷰자이’ 전용면적 84m² 거래가는 같은 기간 11억1000만 원에서 13억 원으로 1억9000만 원 올랐다.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1992년 지어진 강서구 소형 아파트를 4년 전 6억8000만 원에 매수한 직장인 강모 씨(39)는 “한때 10억 원에 육박했던 가격이 현재 7억 중반대 수준”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출을 더 많이 받아 준신축을 샀을 텐데…. 요즘 아쉬움이 부쩍 자주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축 인기가 떨어진 원인으로 공사비 급등과 금리를 꼽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구축 단지들은 재건축 기대감에 급등했지만, 2022년부터 금리가 오른 데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급락기 때 신축에 비해 가격이 더 많이 내려갔고 회복 속도도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내 편의시설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선택 기준도 영향을 미쳤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추진부 부부장은 “과거에도 신축 선호는 있었지만 최근 3, 4년 새 입지나 평수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비싸더라도 신축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