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도 은-동메달 들고 인사 ‘항일 격문 옥고’ 허석 지사의 5대손
파리 올림픽 유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허미미가 6일 대구 군위군 독립운동가 허석 지사 순국 기적비 앞에서 메달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군위=뉴스1
“할아버지, 메달 따 왔어요. 다음에는 금메달 따 오겠습니다.”
6일 오전 10시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독립운동가 허석 지사(1857∼1920)의 순국 기적비(紀蹟碑) 앞. 파리 올림픽 은메달과 동메달을 양손에 쥔 한국 여자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1)가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허석 지사는 허미미의 현조(玄祖) 할아버지다.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일본인들의 조선인 이권 침탈 상황을 목격하면서 이에 분개해 일제의 침략상을 알리고자 경북 지역에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일본 유도의 최대 유망주로 꼽혔던 허미미는 2021년 돌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건너온 허미미는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지사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군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