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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첩보망 무너졌는데 지휘부는 고소전… ‘난장판’ 정보司

입력 | 2024-08-06 23:24:00

동아일보DB



최근 해외 블랙요원 명단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에서 사령관과 휘하 여단장이 고발과 고소로 맞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보사 인적정보(휴민트) 부대 지휘관인 여단장(준장)은 지난달 중순 국방부 조사본부에 정보사령관(소장)을 고소했다. 앞서 두 사람은 정보사 영외 비밀사무실을 예비역 단체가 사용하는 것을 두고 하극상 논란이 일 만큼 고성이 오가는 갈등을 빚었는데 결재판이 던져지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사령관 측이 상부 보고 형식으로 여단장을 상관 모욕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사실상 고발했고, 수사를 받게 된 여단장도 직권남용 및 폭행 혐의로 맞고소한 것이다.

정보사가 기밀 유출에 지휘부 내홍까지 휘말리면서 대북·해외 첩보전 최일선 부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령관과 여단장이 맞고소전을 벌인 것은 소속 군무원이 블랙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해 해외 요원들이 긴급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정보사 내부도 국군방첩사령부의 기밀 유출 수사를 받던 어수선한 시기였다. 그간 정보사가 쌓아온 첩보망이 전멸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지휘부는 내부 진흙탕 싸움이나 벌인 것이다.

이번 블랙요원 신상 노출로 인한 손실은 가히 궤멸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정보사는 777사령부가 담당하는 신호정보를 제외한 모든 출처의 군사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부대로서 휴민트와 특수정보 수집을 위해 북한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서 활동한다. 일단 해외 요원을 제3국 대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철수시켰으나 무너진 첩보망을 복구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지휘 체제부터 엉망인 조직에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대북 군사정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최근에도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개를 최전방에 실전 배치하겠다며 대대적인 인수인계식을 열었다. ‘서울 불바다’ 협박 수단이 장사정포에서 탄도미사일로 바뀌는 것인데, 우리에겐 당면한 실존적 위협이다. 그처럼 진화하는 위협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우리의 대비 역량 구축도 가능하다. 정보사의 끝없는 추락이 국민을 무섭도록 불안케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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