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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태원, 이혼소송 500쪽 상고이유서 대법 제출 “노태우 300억원 안받아… 노소영 기여 판단은 잘못”

입력 | 2024-08-07 03:00:00

“SK 유입됐더라도 불법 비자금”
盧측, 열흘내 서면답변 제출할듯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은 2심 재판부가 인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실제 SK㈜ 성장의 바탕이 됐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5일 항소심 판단에 대한 반박 등을 담은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서 최 회장 측은 300억 원을 받은 적 없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면서 2심 판단대로 돈이 건네진 게 맞다고 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을 SK㈜ 성장에 대한 ‘기여’로 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 ‘노태우 비자금’이 최대 쟁점으로

지난해 6월 노 관장 측은 1심에선 제출하지 않았던 약속어음 300억 원(1992년 선경건설 명의 발행)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 돈이 유입됐다고 판단하며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을 노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했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 회장 측 대리인단으로 선임된 홍승면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은 각각 약 100쪽, 400쪽 분량의 서면에서 2심의 ‘노태우 비자금’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최 회장 측은 300억 원이 SK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면서, 설령 300억 원이 전달됐더라도 ‘불법 비자금’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판단대로라면 노 관장 측이 불법 비자금을 증여세 없이 받은 다음 대규모 재산 증식의 원천으로 쓴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취지다. 약속어음은 그 자체로 ‘돌려받겠다’는 성격이라 ‘채권-채무 관계’일 뿐 증여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반박도 담았다고 한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SK㈜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주당 1000원으로 경정(更正·수정)한 것도 ‘치명적 오류’라고 적시했다. 상고이유서엔 노 전 대통령의 최 선대 회장에 대한 기여를, 노 관장의 최 회장에 대한 기여로 본 2심 판단에 대한 반박도 담겼다. 이혼 재산분할에선 부부 사이의 기여만을 근거로 삼아야 하는데, 부친 간 도움을 부부의 재산분할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 미국 판례로 2심 반박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SK㈜ 주식을 재산분할금에 포함시키며 근거로 든 스티브 잡스의 ‘연봉 1달러’ 사례에 대해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판례로 반박했다. 이 판례는 대규모의 자본집약적 사업의 경우 경영자가 충분한 보수를 받으면 그 보수에 대해서만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고, 주식 등 자본소득은 분할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과거 친족 등에게 증여한 SK 지분까지 분할 대상 재산에 모두 포함(보유 추정)한 부분도 쟁점이다. 최 회장 측은 혼인 파탄 이전에 이뤄진 증여고, 분할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제외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상고이유서에 담았다.

최 회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홍승면 변호사(60·사법연수원 18기)와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 변호사(51·28기) 등을 선임했다. 노 관장의 대리인단엔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68·13기)이 이름을 올렸다. 최 전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조 대법원장은 2021년 최 전 의원에게 100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노 관장 측은 10일 내 대법원에 답변 서면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