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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자가 낼 공사비 5억 혈세 지원… 의회엔 허위자료 제출한 군청 공무원

입력 | 2024-08-07 03:00:00

감사원, 강화군청 2명 수사 요청
고흥군, 125억 해수탕 사업 부풀려
퇴직 공무원에 불법 하도급 알선도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3.8.17/뉴스1



인천 강화군이 지역 관광지에 모노레일 설치 사업을 하면서 민간 사업자가 내야 할 공사비 수억 원을 부당하게 군 예산으로 지원해 특혜를 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군 공무원들은 지방의회에 “군에 귀책 사유가 있어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허위 자료까지 제출하며 의회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6일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주요 재정투자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강화군 공무원 A 씨와 B 씨는 2021년 8월 강화 화개산에 모노레일을 까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자로부터 “전기 공사 등을 군 예산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수용했다. 앞서 강화군은 사업 공모지침서에서 기반시설 공사비를 ‘사업자 부담’으로 정했는데, ‘군 부담’으로 해달라는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 A 씨 등은 지방의회엔 “행정기관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고, 강화군의 귀책 사유도 있었다”는 자료까지 제출했다. 결국 강화군은 공사비로 5억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해 사업에 투입했다.

A 씨 등은 군에 손해가 될 수 있음에도 “(모노레일) 입장수익 3%를 공익발전기금으로 지급한다는 실시협약 내용을 바꿔 달라”는 사업자 측의 요구도 부당하게 받아들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회사가 “손실이 발생했는데 발전기금을 내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자 군 공무원들이 “당기순이익 3%를 공익발전기금으로 낸다”는 내용으로 협약 내용을 바꿔 준 것. 강화군은 “군이 받기로 한 액수는 똑같다”고 의회에 거짓 보고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A 씨와 B 씨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지자체 추진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뒤 특정 업체와 재하도급 계약을 맺도록 알선한 전남 고흥군 공무원에 대해서도 검찰에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A 씨 등은 감사원에서 “군수의 지시에 따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에선 사업비 125억 원이 드는 해수탕 건설을 추진하던 고흥군이 관광객 수요를 부풀린 자료를 토대로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 내린 뒤 사업을 추진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업 과정에서 고흥군의 팀장급 공무원 C 씨는 과거 함께 근무한 퇴직 공무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무자격 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불법 알선을 해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