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글로벌 증시] 증권사 대출로 투자, 폭락장서 타격… 담보부족 계좌 4일새 13배 급증 반대매매 공포에 투매 줄이어 美주식거래 서비스 중단 피해 속출… “매도 타이밍 놓쳐 2000만원 손실”
전날 최악의 하루를 보낸 국내 주식시장이 6일 반등했다. 코스피, 코스닥이 오전 한때 급등해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한 이날 종가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날(5일) 증시 마감 이후 증권사로부터 돈 갚으라는 독촉 전화를 받았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천만 원을 당장 갚으라는데 주식을 파는 것 외에 별수가 있겠나.”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연이은 폭락장에 신용융자를 통해 매수했던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비록 손실률은 컸지만, 당장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가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김 씨는 “증권사에서 코스피가 3,000 선을 뚫는다고 해서 8% 이자를 감수하고 돈을 빌렸는데, 급작스러운 폭락장 때문에 큰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 등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고객들에게 7∼8%의 이자를 받고 신용 공여를 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대출금 대비 담보가치가 일정 비율을 밑도는 ‘담보 부족 계좌’가 될 경우 고객들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본인 자금으로, 1000만 원을 증권사에서 빌려 총 20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담보유지비율이 140%라면, 보유 주식 가격이 1400만 원을 밑돌면 통보가 이뤄진다. 증권사별로 다르지만 하루 혹은 이틀 내에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실행된다. 결국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서는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통상 보유 주식 중 일부를 팔아 돈을 채워넣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날 오전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늘었던 것도 ‘반대매매’ 공포에 시달린 이들이 신용융자를 갚기 위해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 무렵까지 코스피에서는 개인 순매도가 4500억 원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증권사들이 오전 10시 정도까지 담보비율을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일부 세력은 이를 이용해 개인 투매 물량을 헐값에 사서 수익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 서학개미, 결제 취소에 ‘손실 확대’
한 투자자는 “주간 거래에서 미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팔았는데 취소됐다”며 “취소 물량이 정규장 시작까지 입고되지 않아 매도가 늦어졌고, 2000만 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도 “한국 증시가 싫어서 미국 증시에 투자했는데, 이런 상황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푸념했다.
계좌 먹통으로 투자 기회를 놓친 고객들은 단체 행동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 해외 투자자는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으며,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도 “한국 증권사들에서 늦게 결제 취소가 이뤄져 피해가 발생했다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