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탄발언 후폭풍]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대표팀 분위기 좋다고 말 못해 도와주신 분들 덕에 혼복 銀”
6일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드민턴 혼합복식 김원호(왼쪽), 정나은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6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선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하지만 전날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혼합복식 은메달을 차지한 김원호(25) 정나은(24) 등 두 명만 참석했다. 대한체육회는 “안세영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불참했다”고 밝혔다.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은 일정을 마무리한 메달리스트들이 경기장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귀국 전에 나누고, 다시 한번 축하받는 자리다. 선수 후원사들은 이 자리에서 각종 기념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불참한 안세영이었다. 웃음꽃이 피어야 할 기자회견장 분위기도 무겁기만 했다. 안세영이 전날 금메달을 딴 직후 자신에 대한 부상 관리와 대표팀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불만으로 ‘폭탄 발언’을 했는데 그 후폭풍이 그대로 이어졌다.
안세영은 전날 결승전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선수의 생각은 달랐다. 김원호는 “사실 저희가 (은메달을 따고) 이 자리까지 온 것도 저희만의 힘으로 된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파트가 나뉘어 있어 저희는 (세영이가 말한) 그런 것들을 잘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나은 역시 “오빠와 같은 생각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도와주고 힘을 써주신 덕분에 저희는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전날 안세영의 발언 이후 안세영과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김원호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두 선수는 대회 기간 내내 큰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원호는 “첫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압박감과 부담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신경을 많이 썼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주신 분들이 큰 힘이 됐다. 축하 문자도 많이 받았다. 영광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나은도 “저희가 원했던 금메달을 보여드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값진 은메달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여자 복식과 남자 복식 등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훈련해 왔는지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함께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슬프고 아쉽다”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