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업체당 최대 30억 저리대출” 대책… 피해자들 “또 빚내라는거냐” 결제대금 3자 예치-정산기한 단축 野 “정부 책임… 국정조사도 검토”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한 대표는 취임 후 열린 첫 당정 협의회에서 전날 국내 주식시장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이번 폭락 때문에라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한 초당적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 오른쪽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부와 여당은 티몬·위메프에서 일반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이번 주 내로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업체들을 위해서는 5000억 원 이상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투입해 저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6일 오전 국회에서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일반 상품의 경우 신용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통해 금주 중 환불 완료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정은 피해 업체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과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지원 3000억 원 등 총 5000억 원 이상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피해 업체는 정산 지연 금액을 한도로 최대 30억 원까지 시중 금리보다 낮은 최저 3.4%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당정이 6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내놓은 대책은 소비자 지원, 피해 업체 지원, 제도 개선 등 세 축을 중심으로 한다. 일반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겐 신용카드 업체들의 협조를 받아 환불 처리를 지원하고, 피해 업체엔 저리 대출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가 받은 판매대금은 은행 등 제3자가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 업체들은 업체별로 정산 지연 금액을 한도로 최대 30억 원까지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우리더러 또 추가로 빚을 지라는 것이냐”고 반발하는 등 한계점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제3자 결제대금 예치 등을 위해선 여야 합의를 통한 법령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이 정부 책임론을 본격 제기하며 국회 청문회 추진과 국정감사 이후 국정조사 검토를 공언하고 나서 난관이 예상된다.
● 피해 업체들 “대출 폭탄 돌리기 하나”
당정은 사태 발생 2주 만인 이날 첫 협의회를 열고 관련 부처별 대책을 내놨다. 일단 피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환불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정부가 신용카드사 등에 환불 협조 요청을 했고, 다행히 환불 처리 지원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은 9일부터 일반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낮은 3.9∼4.5% 금리로 ‘3000억 원+α’ 규모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사전 신청을 받는다. 자금 집행은 14일부터 이뤄진다.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중진공)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도 9일부터 3.4% 또는 3.51% 수준의 금리로 20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정산 지연 피해를 본 업체들은 7일부터 기존 대출 및 보증에 대해 최대 1년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대책에도 피해 업체들은 불만을 내비쳤다. 유동성 지원이 결국 추가 빚으로 돌아오는 데다 정작 큐텐에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티몬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던 김모 씨는 “사태를 방치한 정부, 금융감독원의 책임도 있는데 우리더러 또 빚을 지라는 건 잘못된 대책”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셀러는 “저리로 대출받아 견뎌봤자 결국 빚”이라며 “정부나 큐텐 측이나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첫 회의를 열고 대출 지원, 공적자금 투입 후 큐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 제도 개선 한다지만, 野 “미봉책”
현행법상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는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달리 판매대금 정산 기한과 관련해 별다른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상품을 결제한 돈을 두 달 가까이 자체 보유하면서 사실상 무이자로 자금을 차입한 효과를 봤다. 그사이 피해 업체들은 지연된 정산 금액이 고스란히 피해액으로 쌓였다. 당정은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현행 40∼60일로 규정된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이커머스 업체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판매대금을 은행 등 신용이 있는 제3자가 별도 관리하는 이른바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해 이커머스 업체들이 고객과 업체의 돈을 쌈짓돈처럼 함부로 전용하는 것도 막기로 했다. 은행 등이 소비자의 결제 대금을 보관하다가 물품 배송이 끝나면 사업자에게 주는 시스템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