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24.8.2/뉴스1
7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벤츠 준대형 전기 세단 EQE 화재 사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배터리 공개 정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벤츠 전기차 소유주를 중심으로 이뤄진 ‘메르세데스-벤츠 EQ 클럽’에서는 “벤츠는 차주에게 배터리 브랜드를 알려줘야 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파라시스의 배터리셀. (파라시스 에너지 홈페이지)
삼원계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비싸고 안정성을 잡기 어렵지만, 주행거리가 길고 에너지밀도가 높으며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기술적 난도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LFP 배터리는 시장에서 (품질이)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NCM·NCA 배터리는 후발주자”라며 “배터리 수율 개선에만 천문학적 비용을 쏟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NCM) 기술력이나 안정성은 업계 내에서도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벤츠가 1억 원이 넘는 차량에 품질이 떨어지는 듣도 보도 못한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실망감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목록까지 돌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E와 EQS. 2021.11.25. 뉴스1
벤츠 측은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차량이 얼마나 많은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뿐 아니라 모든 부품의 납품처 정보는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화재가 난 전기차 EQE를 비롯해 EQA, EQB 등 다수 모델에서 초기 물량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주행거리 등 성능은 물론 안전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벤츠뿐 아니라 전기차 제조사들은 대체로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등 기본적인 제원 외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자동차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한 고객이 스스로 배터리 제조사 등의 정보를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깔리기 때문에 운전석 앞 보닛을 열어도 제품을 육안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업계는 이번 벤츠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정보 공개 범위가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기업은 소비자가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증할 수 있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배터리 원산지나 제조사 출처를 숨기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불공정한 표시로 지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