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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쓸 수 있어 다행” 전기차 화재로 7일만에 귀가한 일부 주민들

입력 | 2024-08-07 13:53:00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로 집을 떠났던 입주민들이 돌아오고 있다.2024.08.07.뉴스1


“물이 나와 집에 갈 수 있어 마음이 조금 놓이네요.”

7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정문에는 내 집을 두고 떠났던 입주민들의 돌아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 1일 발생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아파트 전체 물 공급이 끊겨 집 밖을 나서야 했지만, 이날 복구작업이 대부분 완료되면서다.

홍 모 군(11)의 어머니는 7일 동안 외지살이 흔적을 보여주는아이들 옷, 생필품으로 가득 찬 짐을 양손 가득 안았고, 한 입주민 곁에 있는 흰색 반려견 털에는 지저분한 얼룩이 가득했다.

홍 모 군은 입을 반쯤 가린 채 걸친 마스크 사이로 웃음을 보이며 “좋아요”라는 짧은 한마디로 집에 돌아가는 소감을 전했다. 그의 어머니도 “오늘부터 집에 물이 들어와 돌아가게 됐는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수복구로 입주민들이 속속 집에 복귀하면서 전날 오전 임시 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던 822명의 입주민은 이날 오전 686명으로 줄었다.

다만, 단수와 함께 아파트 전체 14개 동 중에서 5개 동에서 일어난 단전은 아직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단전 복구작업은 오는 9일쯤 완료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자녀의 개학을 앞둔 입주민들은 고심이 깊다.

다음날(8일) 청람중을 시작으로 청라지역 학교들이 순차적으로 방학을 마치기 때문이다.

김모 씨(47)는 “아들 두 명이 개학을 앞두고 있지만 집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급한 대로 월세방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싶다”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에 더해 서구가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한 10곳 중 학교 4곳(청람중, 청라초, 경명초, 청호초·중)이 본격 운영되면 이곳에 머무는 입주민 36가구 102명은 또다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할 판이다.

각종 분진으로 인해 집안 청소까지 마무리 되려면 최소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수업 진행을 위해 각 학교 체육관에 설치된 임시 주거시설을 철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차량피해까지 입은 입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이 아파트가 가입한 화재보험에 ‘건물’이나 ‘가재도구’는 손해배상 목적물로 지정됐지만 ‘자동차’는 제외된 까닭이다.

이에 입주민들은 우선 개인명의의 자동차 보험으로 피해복구 지원을 알아보거나,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 오로지 본인이 복구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김 모 씨(70)는 “내 트럭이 까만 재로 뒤덮였는데, 보험사에서는 보상안을 알아보겠다고만 답하고 있다”며 “전해 듣기로는 세차비용 정도만 지원된다는데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서구는 최대한 입주민들의 피해 최소화에 행정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구는 피해입주민들의 숙박비와 식사·목욕비 지원과 함께 자문변호사 8명을 현장에 투입해 무료 법률상담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구 관계자는 “개학과 관련해 임시 주거시설 운영 여부를 학교 측과 논의하고 있다”며 “입주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불편 최소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이곳 지하 1층 주차장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불로 입주민 23명이 단순 연기를 흡입해 치료받았으며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탔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