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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레슬링 ‘전설’ 로페스의 화려한 라스트댄스…올림픽 최초 5연패

입력 | 2024-08-07 14:09:00


쿠바의 전설적 레슬링 선수인 미하인 로페스가 7일 열린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kg급 결승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쿠바의 전설적인 레슬링 선수 미하인 로페스(42)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단일종목 5연패를 달성한 뒤 고개를 숙여 매트에 입을 맞췄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로페스는레슬링화를 벗어 매트 위에 올려둔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매트 위에 내 인생의 일부이자, 꿈을 남겨뒀다. 이제 이 꿈은 젊은 선수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레슬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커리어가 마무리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로페스는 7일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kg급 결승에서 야스마니 아코스타(36·칠레)를 6-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로페스는 역대 올림픽 개인 단일종목 최다인 5연패를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4연패로 로페스를 비롯해 칼 루이스(육상 멀리 뛰기), 마이클 펠프스(수영 남자 개인혼영 200m), 케이티 러데키(수영 여자 자유형 800m·이상 미국), 이초 가오리(일본·레슬링 여자 자유형 63kg급) 등이 보유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과일 상자를 나르며 근력을 키운 로페스는 10세 때 레슬링을 시작한 뒤부터 올림피안이 되는 게 목표였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쿠바 대표로 출전해 꿈을 이뤘지만, 8강전 패배로 5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120kg급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뒤부터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 16년간 올림픽 정상을 지켰다. 로페스가 출전하는 체급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130kg급으로 조정됐다. 로페스는 아테네 대회 8강 패배 이후 올림픽 22연승을 기록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영국 가디언이 “로페스의 유일한 적은 거스를 수 없는 시간뿐이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쿠바의 전설적 레슬링 선수인 미하인 로페스가 7일 열린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kg급 결승에서 우승한 뒤 매트에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신화 뉴시스


로페스는 2021년 도쿄 대회 이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했다. 로페스는 지난 3년간 국제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기 감각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여전한 힘과 기술을 선보이며 왕좌를 지켜냈다.

로페스는 16강에서 한국 국가대표 이승찬(29)을 7-0으로 완파했다. 최대 고비로 꼽힌 8강전에서는 자신보다 열여섯 살이 어린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민 미르자자데(26·이란)를 3-1로 꺾었다. 로페스가 결승전에서 만난 아코스타는 과거에 9년간 훈련 파트너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다. 쿠바에서 태어난 아코스타는 자신의 체급 최강자인 로페스에게 밀려 번번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선수다. 이 때문에 아코스타는 2015년 쿠바를 떠나 칠레 국적을 획득했다.

로페스는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를 상대로 한 수 위 기량을 뽐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코스타는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결승전 상대는 레슬링 전설이었다”면서 “친구이자 라이벌인 로페스에게 축하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록 작성과 함께 올림픽과 작별하게 된 로페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목에 건 5개의 금메달을 각각 하나의 단어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베이징 대회 금메달은 청춘, 런던 대회는 초월, 리우 대회는 노력, 도쿄 대회는 희생”이라면서 “이번 파리 올림픽 금메달은 기쁨이다”라고 덧붙였다.

로페스는 “앞으로 젊은 세대를 교육하고 싶다”면서 은퇴 후 후배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