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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태영호 “탈북민을 차관급 기용, 北엘리트에 큰 메시지”

입력 | 2024-08-08 03:00:00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탈북민 차별 없다는것 보여줘
北 핵심층 한국 보는 시각 바꿔야
北주민, 김주애 후계자로 보지 않아”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7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탈북민이 차관급 관료로 임명된 건 태 처장이 최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북한 엘리트층은 물론 김정은에게도 큰 메시지가 될 것이다.”

탈북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7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탈북민인 본인이 차관급 관료직으로 임명된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태 처장은 “북한 엘리트층은 김정은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대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정권 핵심계층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평화 통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국이 탈북민에 차별적·배타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야 하는데 이번에 자신이 임명된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평통은 국내 228개, 해외 45개 지역협의회를 기반으로 정부의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와 관련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자문기구다.

태 처장은 앞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지역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식물로 비유하면 물도 주고 돌도 치워주는 역할을 민주평통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태 처장은 “민주평통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북이 두 개 국가로 갈라져 살 수 없다는 점, 한국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의지·열망이 강하다는 점을 여러 수단을 통해 알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에 나와있는 북한 사람들도 요즘 휴대전화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북한 주민과 직접 소통 채널이 열린 것”이라며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도움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류를 접한 장마당 세대는 남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윗세대들보다 줄어들었다”면서 “이 세대가 전체 인구 구성의 70% 선에 이르면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처장은 “문재인 정권에선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친 진보 인사들로 바꾸고 당시 정부 국정철학으로 일색화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을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다름의 기준으로 바라보면서 평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 정세 관련해선 태 처장은 김 위원장이 11월 미국 대선까진 일단 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김 위원장의 딸인 주애가 후계자로 최근 유력하게 부각된 것과 관련해선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지 않는다”며 판단하긴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태 처장과의 일문일답.

―사무처장 임명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북한 엘리트층과 김정은에게도 큰 메시지가 될 거다. 북한 엘리트층은 김정은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북한 엘리트층의 보편화된 인식은 한국은 발전됐지만 매우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국가라 앞으로 통일이 될 경우 북한 체제에 충성했던 세력은 다 밀려나는 신분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북한 핵심 계층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평화 통일은 어렵다. 그래서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다양성과 절차, 과정을 중시하고 자유 통일이 되더라도 일벌백계로 북한 엘리트층을 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우리가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임명장을 주면서 윤 대통령이 당부한 점은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셨다. 탈북민에 대한 멘토링 사업도 잘 해달라고도 하셨다. 탈북민이 지역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식물로 비유하면 물도 주고 돌도 치워주는 역할을 민주평통이 할 거다.”

―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는데.

“김정은은 탈북민을 두 국가 논리 정당화에 이용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과거엔 자본주의 부패나 양극화를 집중 공격했다.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다 보기 때문에 세뇌교육 핵심이 달라졌다. 한국사회는 차별성이 강해 한국에 가봐야 실패한 인생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잘 사는 건 알지만 우리(북한주민)와 전혀 관계 없는 그림의 떡이구나’라는 걸 인식시키고 있다. 두 개 국가로 나눠 사는 게 속 편하다는 논리다.”

―사무처장 취임 1호 과제는.

“탈북민 멘토링 사업을 개선하고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또 민주평통 활동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이 두 개 국가로 갈라져 살 수 없다는 점, 한국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의지·열망이 강하다는 점을 여러 수단을 통해 알릴 거다. 남북의 이질감, 적대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많이 할 거다.”

―어떤 방식을 통해 알릴 것인지.


“해외에 나온 북한 사람들도 요즘 휴대전화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한국에 간 탈북민이 어떤 삶을 사는지 검색한다. 북한 주민들과 직접적인 소통 채널이 열린 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사회가 경쟁이 치열한 사회지만 그래도 한국에 찾아오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이 있고 도움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장마당 세대가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한류를 접한 장마당 세대는 남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윗세대들보다 줄어들었다. 지금 젊은 세대는 북한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세대가 전체 인구 구성의 70% 선에 이르면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현상을 보게 될 거다.”

―북한의 대남 적대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북한은 올해 미국 대선까지 지켜볼 거다. 최근 수해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심없이 인도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받겠다는 얘기가 없다.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본인 리더십을 부각하고 있다. 정상국가 지도자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세습 체제를 어떻게 단단히 다질까만 생각하고 있다는 게 가슴 아프다.”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은.

“의전상으로 보면 주애는 후계자로 보이고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게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후계자가 되려면 성인이 돼야하고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김정은이 주애를 후계자로 보이게 하려는 건 실제 그를 후계자로 만드려는 것보다 4대 세습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앞으로 어린 아들이 크면 그를 후계자로 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한 주민들은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강해 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구성에 변화를 줄 것인가.

“민주평통은 다른 이념과 가치관, 정당 출신이 망라돼 활동하는 자문기관이다. 조직 구성상 어느 이념 치중돼있으면 안된다. 문재인 정권에선 자문위원을 친 진보 인사들로 바꾸고 당시 정부 국정철학으로 일색화를 시도했다.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을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다름의 기준으로 바라보면서 평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겠다. 다만 현 21기가 구성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새 구성을 얘기하긴 너무 이르다.”

―21대 국회의원 당시 뿌듯했던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남 주민들을 위한 입법이나 당 최고위원 선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회 복도에서 걸린 남북국회회담 사진에서 김일성 초상화를 제거한 게 생각난다. 아쉬운 점은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지 못한 거다. 다음에 국회의원 기회가 온다면 재단을 꼭 출범시키고 싶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