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7억명 치명적 폭염 노출 관광명소보다 도심 공원 방문 줄고, 주중보다 주말에 방문객 더 급감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 활동 타격… 취약층 안전망 구축 더 힘써야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말 에어컨 혹은 선풍기 없이는 버티기 힘든 요즘 날씨다. 잠깐만 밖에 나가도 땀으로 옷이 다 젖어버리는 이런 날씨에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생각뿐, 평소 흥미롭게 느껴지던 연구 주제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칼럼의 주제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떠올랐다. 바로 ‘폭염’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데이터 과학이 그려내는 폭염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특히, 폭염이 도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두 연구를 통해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보도록 하자.
두 번째 연구는 폭염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즉 ‘시간적 적응 전략’을 중국 내 1만499개 공원 2017년 방문객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기온이 20∼25도일 때와 비교하여 0도 이하에서는 공원 방문을 20% 줄이고, 30도 이상, 35도 이상에서는 각각 5%, 13%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 활동 시간을 조정한다는 사실이다. 즉, 일별 평균 기온이나 최고 기온이 높더라도 하루 중 시원한 시간대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활동 시간을 조절하여 폭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시간적 유연성이 낮은 경우 폭염에 대한 민감도도 더 낮아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예를 들어, 개방 시간이 제한적인 관광 명소의 경우 일반 도심 속 공원보다 폭염에 덜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찬가지로, 평일에 비해 시간적 제약이 적은 주말에는 폭염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흥미롭게도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폭염에 덜 민감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국 남부와 같이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오히려 시간대별 폭염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더운 지역일수록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하는 습관이 더 발달하였고, 그 결과 시간적 적응의 폭이 더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료: 사이언티픽 리포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염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공중보건적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우리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며,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사회적 노력만이 폭염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연구① Tuholske, Cascade, et al. “Global urban population exposure to extreme hea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8.41 (2021): e2024792118.
연구② Fan, Yichun, et al. “Intraday adaptation to extreme temperatures in outdoor activity.” Scientific Reports 13.1 (2023): 473.
연구② Fan, Yichun, et al. “Intraday adaptation to extreme temperatures in outdoor activity.” Scientific Reports 13.1 (2023): 473.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