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통령 후보는 지명 후 첫 연설을 들어보면 발탁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8년 전 트럼프의 마이크 펜스는 기독교 신앙을 지닌 어른스러운 연설로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했다. 4년 전 바이든의 여성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50대답게 고령의 바이든이 못 갖춘 젊음을 앞세웠다. 보통의 미국인에 가깝다며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월즈(60)는 그제 첫 연설에서 맞상대인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40)의 저격수를 자임했다.
▷월즈는 흙수저 신화의 주인공인 밴스의 대중성을 건드렸다. 월즈는 “그가 보통의(regular) 미국인이라고? 아니다. 그는 (최고 명문) 예일대를 졸업했고, 실리콘밸리에서 억만장자를 상대하며 돈을 벌었다”고 꼬집었다. 밴스가 자기 가족의 밑바닥 삶을 기록한 책(‘힐빌리의 노래’)을 두고는 “고향 마을을 쓰레기로 묘사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밴스를 비판할지언정, 흙수저 신화만큼은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악역을 시골 고등학교 지리교사 겸 미식축구 코치를 지낸 친근한 이미지의 월즈가 떠안았다.
▷둘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우선,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군에 자원입대해 병사로 복무했다. 밴스 후보는 2003년 해병대에 입대해 4년간 근무했다. 2005년에는 6개월 동안 비전투 공보사병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결석과 지각이 허다했던 학창 시절을 보낸 밴스는 해병대에서 자신을 찾았다고 책에다 썼다. “나는 안 된다”는 좌절이 잘못이란 걸 깨달았고, “인생을 계획한다는 개념을 처음 알았다”는 대목이 있다. 17세에 주 방위군에 들어간 윌즈 후보는 상근 또는 비상근으로 24년간 포병으로 복무했다. 군 생활 중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그 역시 오랜 군 복무를 통해 삶과 일의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2000년 이후 치러진 6차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한쪽이 모두 이긴 주는 35곳이다. 11월 5일 대선 때도 비슷할 것이다. 결국 그때그때 지지 정당을 바꾸는 경합주 6∼8곳이 승부를 가를 텐데,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이른바 쇠락한 공업도시의 저학력 노동자의 표가 중요해졌다. 왜 중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두 후보가 간택됐는지가 명확해졌다. 앞으로 3개월 동안 ‘내가 더 보통 미국인답다’는 부통령 싸움이 더 거세질 것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