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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론/송기창]16년째 등록금 동결, 대학교육 생태계 붕괴 낳았다

입력 | 2024-08-07 23:15:00

실험실습비-교수연구비 줄어 교육 질 저하
등록금 동결 정책, 대학들 발전 의지 꺾어
동결 풀고 재정 지원 따라야 미래교육 희망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 총장·전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회장

대학 등록금 동결이 16년째 이어지면서 사립대들이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건비 동결을 시작한 것은 오래전 일이며, 정년트랙 교수가 퇴직하면 비정년트랙으로 충원하는 것도 일반화되었다. 직접교육비가 계속 삭감되면서 실험 실습, 학생 활동, 교수 연구가 위축되고 토지 매입, 건물 매입, 교사 증·개축 등 교육 환경 투자가 줄어들면서 교육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흔히 교육 여건 지표로 회자되는 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 교수연구비, 도서구입비, 토지매입비, 건물매입비, 건설가계정 등의 결산액은 2010년 2조4200억 원에서 2022년 1조2900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불변가격으로 환산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사립대 세출 결산액을 보면, 2010년(16조2900억 원)보다 2022년(18조9500억 원)에 많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2년 결산액은 2014년 결산액(18조97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며, 그나마 불합리한 국가장학금 이중 계상(국가장학금을 국고보조금으로 세입 계상한 후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다시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차액을 합하여 등록금 세입으로 계상함) 문제를 바로잡으면 2022년 실제 결산액은 16조6300억 원으로 2014년 결산액(17조1900억 원)보다 56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 또한 불변가격으로 환산하면 감소 폭은 더 커진다.

대학 재정 규모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16년째 요지부동인 등록금 동결 정책이다. 설상가상으로 입학금마저 폐지되어 재정 감소가 가속화되었다. 등록금 동결과 함께 국가장학금이 신설되고 재정 지원 사업이 확대되었으나, 국가장학금은 등록금을 대체하는 재원이므로 재원 확충 수단이라 볼 수 없고, 확대된 재정 지원 사업 규모는 등록금 결손분을 보전하는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재정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학령인구 감소와 겹쳐 기존 정원을 채우기도 벅찬 상황이다.

등록금 동결 정책은 대학 재정의 위기를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대학 교육의 성장세를 꺾어버린 우매한 정책으로 후세는 평가할 것이다. 각종 대학 재정 지표가 하락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등록금 동결 정책이 계속되면서 대학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발전에 대한 소망을 상실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00년대 들어서 대학들은 앞다투어 대학 시설을 확충하고 우수 교수를 충원하고 학생 정원을 늘리는 등 대학 발전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대학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법인전입금,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가장 확실한 수단은 등록금 인상이었다. 등록금 동결 정책은 대학의 가장 확실한 재원 확보 수단을 박탈한 정책이고, 결과적으로 대학들의 발전 의지를 꺾어버린 정책이다.

등록금 동결 정책은 대학들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작용이었지만, 교육부가 반값등록금을 달성했다고 선언한 2015년 이후 폐기했어야 했다. 대학들은 자체적인 재원 확충 수단인 등록금 인상이 불가능해지자 대학 발전에 대한 소망을 상실했고, 소망을 상실한 대학들은 더 이상 대학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었다. 대학들은 국고 지원 사업을 따기 위한 출혈 경쟁에 뛰어들어야 했고, 개별 대학의 정체성이나 비전은 사라지고 오로지 교육부가 제시하는 방향의 일렬종대 선착순 경쟁만 벌이고 있다.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10년 이상 봉급이 동결된 교수들에게는 긍지도, 의욕도, 사명감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은 더 이상 우수 연구자들의 로망이 아니다. 대학 교육 생태계가 무너지는 데 16년이 걸렸다면, 생태계가 복원되는 데는 몇십 년이 걸려야 할 것이다. 대학 교육이 살아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력 회복이 절실하다.

발전 의지가 꺾인 상황에서 이제 등록금 동결을 해제한들 곧바로 대학들이 회생할 것 같지는 않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학령인구 감소는 등록금 동결 이상의 악재다. 대학 취학률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학생 수를 늘려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대학 등록금 동결을 해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등록금 동결로 초래된 재정 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국가의 재정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지나서야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교육재정은 항상 낭비처럼 보였다. 미래가 불투명해도 자녀 교육에 우선 투자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대학에 투자해야 한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 총장·전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