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통신조회 파문] 사망 위험 등 긴급 사안일땐 예외 바이든 정부 “취재 자유 보장돼야” 韓, 착-발신 통화내역 조회때만 영장
미국에선 기지국 위치 추적 자료나 착·발신 내역 등 구체적인 통신자료를 담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물론이고, 통신 가입자의 이름과 주소 등 간단한 내용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할 때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1986년 제정해 시행 중인 ‘저장통신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민간인의 가입자 번호나 신원정보를 확보하려면 적법한 목적을 가지고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 통신 조회 당사자가 사망 위험에 처하는 등 긴급사안에 한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통신회사(전기통신사업자)가 판단할 때만 영장 없이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미국은 통신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이용자의 통신 기록이나 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 권한 및 허용 범위도 저장통신법에 명시해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가입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통신이용자정보는 영장 없이 조회할 수 있다. 착·발신 내역과 통화 시간 등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수사기관이 받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도 미국처럼 개인의 사생활과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통신정보 조회 때 ‘영장주의’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본도 통신자료 제공을 통신회사 재량에 맡기고 있지만, 통신회사가 자료 제공을 거부할 경우 수사기관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무리 중요한 수사라도 개인의 사생활과 언론의 자유를 절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을 전기통신사업법에 더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의 일부 국가는 법원 영장 없이도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이 조회하거나 받을 수 있다. 영국은 수사기관 내부 결재만 있으면 통신자료를 확보할 수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자료 제출 협조를 통신회사의 의무사항으로 관련 법에 규정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통신회사가 자료 제공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면 3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만 유로(약 4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조항까지 두고 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