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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장르물-식상한 시즌제 반복”… 한국서 확산되는 ‘넷플릭스 위기론’

입력 | 2024-08-08 03:00:00

국내 이용자 1096만명 3년새 최저
흥행감독 연출 ‘닭강정’-‘선산’ 실패… ‘스위트홈’은 시즌 2, 3 나오며 혹평
티빙-쿠팡플레이 등 추격도 거세… “당연히 업계 1위라는 생각 버려야”





1096만 명.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가 올 6월 국내 넷플릭스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분석한 수치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1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해 1월에 1401만 명으로 이용자 수 최고점을 찍었던 당시에 비해 약 22% 줄어들었다. 2021년 7월 1068만 명 이후 1100만 명 이하로 내려간 적 없었던 넷플릭스 MAU가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것이다.

지난달 MAU가 1111만 명으로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한 제작사 대표는 “넷플릭스가 투자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찬양론, 넷플릭스 때문에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망한다는 비판론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당연히 업계 1위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 ‘넷플릭스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향후 4년 동안 25억 달러(약 3조4200억 원)를 투자해 전 세계와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것이다.

‘닭강정’

우선 ‘킬링 콘텐츠’를 최근에 찾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올해 현재까지 드라마 9편, 영화 2편을 공개했지만 ‘돌풍’ ‘기생수: 더 그레이’ ‘더 에이트 쇼’만이 어느 정도 화제가 됐을 뿐이다. 1157만 명의 관객을 끈 영화 ‘부산행’(2016년)의 연상호 감독이 기획한 ‘선산’, 1626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2019년)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닭강정’은 흥행에 실패했다.

‘스위트홈 시즌3’

무게감이 큰 작품의 실패도 원인이다. 대표적 작품이 ‘스위트홈’ 시즌3이다. 2020년 공개된 시즌1은 한국이 제작한 시리즈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미국 톱10에 진입했다. 하지만 원작 웹툰을 확장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시즌2에 이어 지난달 19일 공개된 시즌3도 찬사보단 비판이 컸다. 시각특수효과(VFX)와 컴퓨터그래픽(CG)만 화려할 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시즌제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즌제는 중심인물과 큰 주제는 이어지되 에피소드를 바꿔 제작하는 방송 제작 방식. 시즌1의 팬덤을 등에 업은 후속작이 초반 화제성을 몰고 왔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식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디렉터가 지난달 17일 한국 작품 최초로 시즌3이 제작된 ‘스위트홈’ 기자간담회에서 “(시즌제는) 전편과 같은 재료로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르물’을 반복해서 생산한 것도 시청자가 넷플릭스를 외면한 이유”라고 했다.

OTT 경쟁은 더욱 격화되며 ‘넷플릭스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등 스포츠 중계를 앞세운 ‘티빙’, 쿠팡 무료배송과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의 반격이 거세진 것. ‘디즈니플러스’ 또한 지난해 8월 ‘무빙’으로 국내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다만 이후 뚜렷한 흥행작을 내지 못해 디즈니플러스 또한 이용자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했던 초창기인 2018년 넷플릭스 한국법인 직원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공유 오피스를 빌려 근무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법인 직원은 150여 명. 코로나19 호황기에 인원을 다수 채용해 7배 이상으로 인원이 늘었지만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내부에선 변화도 감지된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책임감 있는 사람을 고용한다”는 취지의 내부 문서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자유’에 방점을 찍었던 문화가 무분별한 휴가 사용, 제대로 된 성과 측정 불가 등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고 뒤늦게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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