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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사저 판 김홍걸 “문화재 지정 실패, 민간 기념관으로…정치권 전화 한통 없었다”

입력 | 2024-08-08 12:38:00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를 매각한 DJ의 삼남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저 문화재 지정을 위해 노력했으나, 여의찮아 결국 사저를 민간 기념관처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사람에게 매각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8일 김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차선의 결과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라며 매각 과정을 설명했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는 ‘서울시가 사저를 기념관으로 만들도록 박원순 서울시장과 얘기가 됐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그러나 당시 박원순 시장에게 관련해서 물어보니 ‘처음 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유언장이 법적으로 무효화 되면서 이 여사의 유일한 친자인 김 전 의원에게 사저가 자동 상속됐다. 17억 원가량의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부담하겠다는 뜻을 국세청에 밝히자, 국세청이 근저당을 걸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으나 사저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바람에 ‘지은 지 50년이 넘어야 한다’는 규정을 맞추지 못했다. ‘근저당이 걸린 부동산은 손댈 수 없다’는 서울시의 답변도 있었다”며 공공기관에 의한 기념관 등의 방안 자체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커피 프랜차이즈 대표로 알려진 매입자와 관련해 “제가 비난받는 건 괜찮은데 그분이 잘못도 없이 당하는 걸 제가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오늘 (라디오에) 나왔다”며 “그분은 단순히 제게 부동산 거래 상대가 아니고 독지가이자 후원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은 동교동 집을 부수거나 카페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 낡은 부분을 새로 단장하고 두 분 어른께서 계셨던 공간을 보존해 주겠다고 했다”며 “민간 기념관으로 만들어 무료(입장시킬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뉴스1

김 전 의원은 매각이 성급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두곤 “제겐 부채가 많다. 반포 아파트도 대출 빚이 꽤 있고, 아내 명의의 조그마한 건물도 10년을 노력해도 아직 안 팔렸다”며 “상속세가 몇억 원이라면 어떻게라도 해 봤겠지만, 다른 채무도 있고 난 아무 수입도 없는 상태다. 그냥 버티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매도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은 제가 돈을 계속 못 내서 국세 체납자가 되고, 사저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돈을 마련해서 제 명의를 유지하더라도 드나드는 사람 없이 폐가가 되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 결정 전 동교동계 원로들과 상의해 봤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엔 “지난해 초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등이 ‘기부 모금 등으로 어떻게 해보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며 “권 이사장께 계약된 후 ‘제가 어려워서 이렇게 했고, 이렇게 갈 예정’이라고 말씀드리니까 ‘그래, 알아서 잘 정리하거라’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전 저한테 연락해서 어떤 말이라도 해 준 분은 단 한 분도 없었다”며 “보도가 된 후 연락하신 분은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신정훈 의원 한 분”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이 ‘(사저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저를 회복하려면 저나 매입한 분, 최소 둘 중 한 명과 접촉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정치권에서 전화 한 통 온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 같은 경우 전 재산도 내놓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머니 돌아가신 후로 동교동 일과 관련해 저한테 전화를 주신 적이 없다”며 “지난봄, 어떤 분이 절 찾아와서 동교동 집에 대해 얘기한 후 박 의원께 연락해서 ‘내가 동교동 집 사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이미 지난봄에 (사저가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지만, 저한테 지금까지도 아무 말씀이 없다. 전 재산을 내놓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좀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