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LH, 전관업체서 상품권 받아 ‘구찌백’ 사고 해외골프

입력 | 2024-08-08 18:03:0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역본부 차장 A 씨는 2021년 3월 ‘구찌 가방’을 구입할 때 230만 원 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썼다. 집 근처 대형 마트와 부친의 시골 집 근처 마트에서도 300만 원에 가까운 상품권을 사용했다. 이렇게 A 씨가 사용한 상품권 중 최소 80만 원가량은 최초 구매자가 직무 관련 업체 2곳이었다. 그중 한 곳은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로, A 씨가 관리감독하던 곳인 동시에 LH 퇴직자들인 ‘전관(前官)’들이 다니는 업체였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LH 직원, 전관(前官)들과 골프여행

감사원은 8일 ‘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LH 직원들이 ‘전관(前官)’ 이라 불리는 퇴직자를 고리로 업체와 부정한 유착 관계를 맺어온 실태를 공개했다.

뉴시스

감사원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직무 관련 업체에 다니는 LH 퇴직자들과 함께 베트남 다낭과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오가는 등 ‘골프 여행’도 다녔다. 골프장 이용비, 식대 등은 A 씨가 대부분 현금으로 지불했다. 다만 A 씨는 같은 시기 집과 회사 근처 현금 자동입출금기기(ATM)에서 10차례 걸쳐 총 4560여 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했다. A 씨는 “아버지가 보훈수당과 기초연금을 명절에 내게 주셨는데, 이걸 보관하고 있다가 입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A 씨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산을 등록하면서 이 현금을 신고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업체로부터 현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감사 하루 전날 휴대전화를 바꿨고, 업체 측 관계자 등과 주고받은 메시지 기록 등이 없는 ‘깡통 폰’만 감사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A 씨에 대해 업체로부터 상품권 등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LH 측에는 파면하라고 통보했다.

LH의 현장감독 직원인 B 씨 등 3명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와 골프를 치러 다녔다. 이들은 3년 동안 각자 30회 가까이 골프장을 다니며 많게는 99만 원에 달하는 식사 및 골프장 할인 혜택 등을 받았다. 감사원은 B 씨 등 3명에 대해선 LH에 정직 처분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퇴직 직전 290여 만 원의 현금을 받은 LH 전 직원 C 씨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벌점 피하는 ‘LH 전관 프리패스’

감사원에 따르면 LH 충북지역본부는 2021년부터 청주 지역 공공임대주택 조성공사를 하면서 ‘설계 오류’로 설계변경 신청을 한 업체 4곳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벌점을 면제받은 업체 4곳엔 LH 퇴직자들이 8~12명씩 다니고 있었다. LH는 20명의 LH 퇴직자가 재직 중인 한 업체에는 발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품질우수통지서’까지 발급해줬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LH가 발주한 전체 감리 용역의 90.6%, 설계 용역의 69.2%를 퇴직자가 다니는 ‘전관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무량판 구조’로 설계한 전국 공공주택 사업지구 5곳 중 1곳은 철근이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아 무너질 위험이 있는 사실도 이번 감사 결과 나타났다. LH가 건설한 전국 102개 공공주택 사업지구 중 23개 지구(22.5%)가 ‘순살 아파트’로 불린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같은 부실 시공 아파트일 수 있다는 것. 무량판 구조란 수평 구조 건설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 철근만으로 건물 무게를 지지하는 공법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