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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주기 난카이 대지진 가능성 커졌다”…日미야자키 규모 7.1 지진

입력 | 2024-08-08 20:27:00

8일 일본 서부 나가사키의 평화공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지진 경보 발령에 몸을 웅크려 대비하고 있다. 이날 오후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해 미야자키현과 고치현에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졌다. 2024.08.08. 나가사키=AP/뉴시스


일본 남서부 규슈의 미야자키(宮崎)현 앞바다에서 8일 오후 4시43분경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1월 1일 발생해 320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지진(규모 7.6)에 이어 올해 들어 2번째로 큰 규모다.

일본 기상청은 땅이 흔들리는 정도를 계측하는 자체 지표인 진도로 따졌을 때 ‘6약’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6약’은 사람이 서 있기 어렵고, 고정되지 않은 가구 대부분이 움직이거나 넘어지는 정도다.

일본 정부는 이번 지진이 ‘난카이(南海) 해곡 대지진’과 관련성이 있는지 긴급 조사에 나섰다. 일본 기상청은 “난카이 해곡 지진 예상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며 거대지진 발생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난카이 대지진 관련성을 조사하고 주의 당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 열도 서쪽 태평양 쪽 시즈오카현부터 시코쿠 지역까지 길게 뻗은 곳이다. 지구 표면은 두께 100km 정도 암반인 지각판 십수 개가 덮고 있는데,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접한 곳이 난카이 해곡이다. 100~150년 주기로 규모 8~9 이상의 대형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난카이 해곡 인근인 고치현 스쿠모시 등에서는 올해 4월 18일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곳에서 30년 이내에 70~80% 확률로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일본 토목학회는 이 곳에서 거대지진이 발생하면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경제 피해 규모도 1410조 엔(약 1경 3290조 원)에 달해 일본이 세계 최빈국이 될 수 있다고 2018년 추정한 바 있다.

이날 지진으로 미야자키현을 비롯한 규슈 전역에서 흔들림이 느껴졌다. 미야자키 공항의 한 직원은 일본 NHK방송 인터뷰에서 “30초 정도 심한 흔들림으로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공항 건물 유리창이 깨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에서 200km가량 떨어진 후쿠오카의 한국인 관광객은 “긴급 문자 메시지가 오더니 곧바로 건물이 흔들렸다.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지진이라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고 전했다.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소방본부에는 집에서 넘어지거나 공장에서 떨어진 물건에 부딪혀 상처를 입은 피해자 여러 명이 병원에 후송됐다. 다만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가장 큰 흔들림이 관측된 니치난시 경찰에는 ‘전신주의 전선이 땅으로 처졌다’ ‘낙석이 떨어졌다’ 등의 신고가 들어왔다. 가고시마현 오사키정에서는 2층 목조 주택이 쓰러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독주택 담장이 쓰러지거나 도로가 갈라졌다는 피해가 접수됐다. 다만, 가고시마현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이상이 감지되지 않았다.

이번 지진으로 미야자키시 미야자키 항을 비롯한 규슈 및 시코쿠 일부 지역에서 최고 높이 50cm의 지진해일(쓰나미)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최고 높이 1m 규모가 예상되는 지진해일 주의보를 발령했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1월 노토반도 지진 때는 높이 4.7m의 지진해일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해 “피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계속해서 강한 흔들림에 주의하고 생명을 지키는 행동을 하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