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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검찰총장

입력 | 2024-08-08 23:21:00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통상 대통령 임기 중 3명의 검찰총장이 나온다.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직후의 검찰총장보다는 집권 후반기를 맡는 3년 차 이후의 검찰총장 임명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 중 발생한 비리가 하나둘 드러나고 집권 초반에 비해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검찰의 권력 수사를 막아내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이때부터이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집권 3년 차에 임명된 김기수 총장이 대통령 차남 현철 씨를 구속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집권 4년 차에 임명된 이명재 총장이 대통령 차남 홍업 씨와 삼남 홍걸 씨를 구속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특이하게도 집권 초반 검찰과의 알력이 심했으나 집권 3년 차 정상명 총장하에서 관계가 안정화됐다. 그러나 수면 밑에서는 박연차 게이트가 끓고 있었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반 수사 대상이 됐다. 이 대통령 때는 집권 4년 차에 임명된 한상대 총장의 권력 봐주기 수사에 대한 불만이 중앙수사부 폐지 추진을 계기로 터져 나와 검란(檢亂)까지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의 집권 3년 차 총장은 김수남이었다. 박 대통령과 검사 출신 김기춘 비서실장이 믿고 신임한 총장이었으나 총장 스스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었던 최순실 사건에 떠밀려 박 대통령을 구속하는 역할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 때의 집권 3년 차 총장은 윤석열이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는 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으나 총장으로 올라가자 문 정부와 격렬한 갈등을 빚고 결국 문 정부에서 쫓겨났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려 심우정 법무부 차관, 임관혁 서울고검장, 신자용 대검 차장검사, 이진동 대구고검장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르면 윤 대통령 휴가가 끝나는 오늘 4명의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형식적으로는 장관의 임명 제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과 조율을 마친 후보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검찰의 생리를 잘 아는 만큼 집권 3년 차 검찰총장의 임명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총장 후보 4명이 모두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믿고 뽑아도 대통령과 알력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 검찰총장이다. 윤 대통령 자신도 조국 등 일부 측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믿고 임명한 문 대통령을 치받고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의 자신을 만든 이 숙명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11월이면 윤 대통령의 집권이 반환점을 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