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들이 재정난으로 교수를 구하지 못해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차전지를 가르칠 전임 교수를 초빙하려던 한 대학은 턱없이 낮은 연봉에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자 재공고를 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이공계 인재는 기업이나 해외 대학이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앞다퉈 데려간다. 비단 이공계가 아니더라도 해외 대학과의 연봉 격차가 5, 6배나 벌어진 탓에 국내 대학은 만성적인 교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대학이 고급 두뇌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국내 대학은 ‘인재 공동화’ 위기에 처했다.
올해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은 682만7300원으로 웬만한 영어유치원, 반려견 유치원보다 싸다고 한다. 2009년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대학 등록금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소비자물가는 33%나 올랐다. 대학이 허리띠를 졸라맨 동안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교수연구비 등이 반 토막이 났다. 학생들이 양동이로 빗물을 받는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고, 고등학교보다 못한 실습실에서 연구하기도 한다. 등록금을 올려 화장실을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대학도 있다. 해외 주요 학회지 구독을 끊은 대학도 부지기수다. 이젠 가르칠 교수조차 구할 수 없다니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하락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등록금 법정 인상률 한도는 5.64%이다. 원래 등록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올릴 수 있지만 어느 대학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지원이 제한되고,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