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12년 만에 서울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신규 택지를 공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8·8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 들어 4번째 발표된 주택 공급 대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특례법까지 만들 계획이지만 야당 협조 없인 불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성과가 없었던 올해 초 ‘1·10 대책’의 재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해 8단계인 주택 정비사업 절차를 6단계로 압축해 사업기간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용적률 혜택을 더 주고, 임대주택 공급 의무와 국민주택 의무건설 비중도 낮춰 사업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8만 채 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고, 1주택자가 빌라나 오피스텔을 임대용으로 사면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건축비·인건비 급등으로 멈춰 선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이 사업기간을 줄여주고, 수익성을 일부 높여주는 것만으로 단기간 내에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도 과거 역대 정부가 신규택지 공급을 위해 추진했지만, 주민 등의 반발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한 대책이다. 서울에서만 최소 1만 채 규모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포함해 8만 채 규모의 신규택지를 마련하겠다지만 현실화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도권 집값을 잡으려면 아파트 공급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얼어붙은 빌라·오피스텔 시장을 더 방치할 경우 서민 세입자의 주거여건은 더 악화할 것이다. 최근 민생문제에 대해선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야 간에 형성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야당과 대화를 통해 주택 공급 방안을 여야정 협치의 성공사례로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