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전역 ‘흔들’… 공항 유리창 깨져 일부 지역 50㎝ 높이 쓰나미 관측… 관광객 “경험 못한 강도 너무 놀랐다” 100∼150년 주기 난카이 대지진과 관련성 있는지 긴급 조사 나서
일본 기상청은 땅이 흔들리는 정도를 계측하는 자체 지표인 진도로 따졌을 때 ‘6약’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6약’은 사람이 서 있기 어렵고, 고정되지 않은 가구 대부분이 움직이거나 넘어지는 정도다.
일본 정부는 이번 지진이 ‘난카이(南海) 해곡 대지진’과 관련성이 있는지 긴급 조사에 나섰다. 일본 기상청은 “난카이 해곡 지진 예상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며 거대지진 발생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난카이 대지진 관련성을 조사하고 주의 당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이곳에서 30년 이내에 70∼80% 확률로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일본 토목학회는 이곳에서 거대지진이 발생하면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경제 피해 규모도 1410조 엔(약 1경3290조 원)에 달해 일본이 세계 최빈국이 될 수 있다고 2018년 추정한 바 있다.
이날 지진으로 미야자키현을 비롯한 규슈 전역에서 흔들림이 느껴졌다. 미야자키 공항의 한 직원은 일본 NHK방송 인터뷰에서 “30초 정도 심한 흔들림으로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공항 건물 유리창이 깨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에서 200km가량 떨어진 후쿠오카의 한국인 관광객은 “긴급 문자메시지가 오더니 곧바로 건물이 흔들렸다.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지진이라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고 전했다.
8일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경찰이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43분경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1월 1일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규모 7.6)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미야자키=AP 뉴시스
이번 지진으로 미야자키시 미야자키항을 비롯한 규슈 및 시코쿠 일부 지역에서 최고 높이 50cm의 지진해일(쓰나미)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최고 높이 1m 규모가 예상되는 지진해일 주의보를 발령했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1월 노토반도 지진 때는 높이 4.7m의 지진해일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