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마다 안전성 문의 빗발 ‘전기차 주차 불가’ 등 갈등도 확산 전문가 “자칫 산업계 전체가 타격 과충전 방지 등 안전 대책 마련을”
충전기 본체에 ‘당분간 가동 중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직장 내 충전기인데 이런 식으로 기한도 없이 꺼놨다. (인천 화재가) 충전 중에 불난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이면 어쩌라는 건가”라는 글과 함께 7일 인터넷 카페에 해당 사진이 올라왔다. ‘전기차동호회’ 네이버카페 화면 캡처
인천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전기차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포비아’(공포증)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고객센터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재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전기차를 외면하거나 특정 배터리를 배척하는 등의 포비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 자동차 업체 A사는 최근 배터리 화재에 대한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마련했다.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내 차에 어떤 배터리가 장착됐나”를 묻는 질문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보상이나 처리 방침을 알려달라”는 등의 고객 요청도 많아졌다. A사는 자사 전기차 가운데는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안내하면서 만약 차량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절차에 따라 보상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입차 업체 B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양에 대한 설명문이 게시됐다. 불안해하는 고객 문의가 이어지자 이 회사의 경기 지역 한 딜러가 설명 문건을 올려버린 것이다. 해당 설명문에 따르면 B사 전기차에는 삼성SDI와 중국 CATL의 배터리가 장착돼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전기차를 당분간 지상에 주차할 것을 요청하는 게시물. ‘전기차동호회’ 네이버카페 화면 캡처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판매 절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량 구매 플랫폼 ‘겟차’의 집계에 따르면 인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이후인 이달 1∼7일 전기차 구매 상담 건수가 7월 마지막 주 대비 21.4% 감소했다. 한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인천 사건을 거론하며 전기차 계약을 취소하는 일이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과도해지면 전기차 산업계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부는 지하 주차장 완속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기능을 추가하도록 하는 등 포비아가 퍼지지 않게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화 전기차’ 2차 합동 감식 8일 오전 인천 서구 자동차 공업소에서 1일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량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감식에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뿐만 아니라 제조사인 벤츠의 독일 본사 기술진도 참관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