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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휩쓴 ‘돌풍’ 몰고온 정이삭… “토네이도 마주하는 체험 선사”

입력 | 2024-08-09 03:00:00

‘트위스터스’ 14일 개봉 앞두고 내한
기상 연구원이 토네이도 쫓는 얘기
美개봉 한달안돼 세계 매출 3875억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의 꿈 이뤄”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46·사진)이 다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정 감독이 14일 국내 개봉하는 ‘트위스터스’로 돌아온다.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윤여정)을 받은 ‘미나리’(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제작비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소규모 영화 ‘미나리’로 인정받았던 정 감독이 첫 상업 영화로 제작비 1억5500만 달러(약 2133억 원)에 달하는 대작 메가폰을 잡은 것. 정 감독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마법과도 같은 토네이도를 가까이서 체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 ‘트위스터스’는 하비(앤서니 라모스),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 타일러(글렌 파월)가 토네이도를 쫓는 과정을 그렸다(왼쪽부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는 뉴욕 기상청 연구원인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가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는 이야기다. 서사는 간단하지만, 관객에게 토네이도를 마주한 것 같은 실감 나는 체험을 선사한다. 아이맥스, 4DX 등 특수 상영관에서 즐기면 한여름 더위를 날려 버릴 만큼 시원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정 감독은 “모든 세계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축소돼 거대한 것을 바라볼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영화관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존재를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아칸소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정 감독은 어릴 적 트럭을 타고 토네이도를 피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두려움에 가득 찼던 기억은 ‘미나리’에 담겼다. 아버지 제이컵(스티브 연)이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 남부 시골 농장에 몰아치는 토네이도를 피하는 장면으로 승화된 것. 정 감독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미나리’에서 헛간이 불타는 장면을 찍다 재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트위스터스’에서 토네이도의 위력을 살려내기 위해 선택한 건 야외 촬영이다. 오클라호마주, 캔자스주 평원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찍었다. 배우들에게 바람, 흙, 비, 우박을 맞히며 생생한 표정을 담았다. 정 감독은 “시각특수효과(VFX)보다는 야외 촬영을 많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작은 1996년 개봉한 영화 ‘트위스터’의 후속작이지만 전편을 모르는 이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17일 미국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7일 기준 세계 매출 2억8130만 달러(약 3875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정 감독은 “첫 블록버스터 연출이 두렵기도 했지만 피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려움이 나에게 성장할 기회와 영감을 줬다”고 했다.

토네이도라는 낯선 소재에 국내 관객들이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토네이도를 내세운 ‘인투 더 스톰’(2014년)은 국내에서 207만 명이 관람했다. 정 감독은 “삶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나 통제력을 잃고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토네이도를 경험해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누구나 이들에게 이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기작은 ‘미나리’에 가까울지, ‘트위스터스’에 가까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