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완화 필요성 강조에도… 진성준 “정밀 검토해야” 다시 반대 더미래-친문도 “내년 시행” 목소리 박성준 “새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 친명, 陳 차기 지도부서 배제 거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4.8.7 뉴스1
“이재명 전 대표가 금융투자세 공제 한도를 연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한 것은 정밀한 검토나 판단 때문에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새 지도부 체제에서) 진 의장이 계속 의장을 할지, 새로운 당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봐야 한다.”(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내 금투세를 둘러싼 논쟁이 정책노선 투쟁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가 내년 1월 1일 도입 예정인 금투세 유예 또는 완화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는 가운데, 이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진 의장이 8일 또다시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냈다. 그러자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진 의장을 차기 지도부에서 배제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의 연임이 유력하다.
● 86·친문 진영도 “금투세 유예·완화 반대”
진 의장은 8일 “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고, 당신(이 전 대표)도 주식 투자를 하는 분”이라며 “공제 한도를 한 2배쯤 상향하면 반대 여론이 누그러들지 않겠는가라고 하는 판단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여러 의견을 들어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총의가 모이면 이 전 대표도 그 총의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당내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실제 당내 의원 모임들도 본격적으로 금투세 유예 및 완화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86 운동권 그룹 의원들이 주도하는 ‘더좋은미래’는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내고 “과거 여야 합의대로 또한 현행법에서 예정한 대로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당내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4.0’ 소속 의원도 “곧 민주주의4.0도 금투세와 관련한 입장을 낼 예정”이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를 통과한 법안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박 수석부대표는 “모든 정책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이 딱 잘라서 ‘이건 돼, 안 돼’가 아니다”라며 “금투세 문제가 나온 근본적 이유를 한번 살펴보고, 한국 현실에 맞는 부분이 있는지 등을 보며 방향 제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이 전 대표의 금투세 완화 요구가 감세라는 당내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정책은 그 시대의 국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새 지도부가 등장하고 이 논의를 더 이어갈 수 있다”며 “조만간 (금투세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연임한 뒤 정책 주도권을 끌고 갈 것이란 의미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입장의) 가닥은 잡혀 있기 때문에 새 지도부와 새 정책위의장 등이 조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진 의장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냐’고 묻는 질문에는 “그건 모른다. 진 의장이 계속 의장을 할지, 또 새 당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도 진 의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금투세 불협화음’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경제 상황에 따른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금투세 과세 기준을 1억 원으로 끌어올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컨센서스가 모이기 전까지는 유예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바꿀 만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 지도부라면 지나치게 단정적이기보단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금투세를 둘러싼 민주당 내 균열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힘도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시행 시 1400만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공개 토론을 하자”고 압박을 이어갔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