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서 안가 노출 등 질타 신원식 국방 “강력한 조치할 것” ‘명단 유출’ 군무원 간첩죄 적용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김종철 병무청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명수 합참의장(왼쪽부터)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블랙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태가 발생하고 정보사령관(소장)과 예하 여단장(준장) 간 고소전이 불거지는 등 전례없는 수준의 내홍을 겪고 있는 국군정보사령부 문제와 관련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어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보사령관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로 수사를 받는 여단장이 6월 직무배제 조치된 데 이어 정보사령관에게도 일련의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직무배제 등의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신 장관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보 업무에 큰 공백은 없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혁신 등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보사령관이 여단장을 상관모욕 혐의로 수사 의뢰하고 여단장은 정보사령관을 폭행 등 혐의로 사실상 맞고소하면서 흔들린 정보사 내부 지휘체계를 바로잡는 한편 보안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보사를 지휘관리하는 상부 구조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보사령관과 여단장 간 갈등의 원인이 된 정보사 비밀사무실(일명 안가)도 도마에 올랐다. 여단장은 대북 공작 기획 등이 이뤄져 위치 등을 극비에 부쳐야 할 이 사무실을 예비역 중장이 이끄는 한 민간 연구소에 무료로 빌려줘 논란이 됐다.
야당은 정보사의 내홍 원인이 신 장관에게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여단장이 안가를 빌려준 민간 연구소 이사장 조모 장군(예비역)은 신 장관과 (육군사관학교) 동기생”이라며 “조 장군이 신 장관에게 여단장의 준장 진급을 청탁해 진급시켰고, 그 대가로 여단장이 안가를 쓰게 해줬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신 장관은 “그런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진급 청탁이 있었다는 것도 내 명예에 심각한 손상”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위원장도 “야당 의원들의 안가 사용 문제 지적은 합리적이다. 장관과 정보사 관계자들은 굉장히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랙요원 명단 등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국군방첩사령부에서 구속 수사를 받던 정보사 군무원은 8일 군 검찰로 송치됐다. 방첩사는 이 군무원이 기밀을 건넨 대상이 중국동포(조선족)로 드러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군 검찰로 송치하면서 군형법상 간첩 혐의와 일반 이적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간첩 혐의는 북한과의 연계성이 확인돼야 적용할 수 있는 만큼 문제의 중국동포가 북한 정찰총국이 포섭한 정보원이거나 중국동포를 가장한 정찰총국 요원이라는 사실을 방첩사가 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 군무원과 북한과의 연결고리가 어느 정도 확인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