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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자 이기고 몸무게 100g에 졌다

입력 | 2024-08-09 03:00:00

[2024 파리올림픽]
레슬링 여자 50kg급 인도 포갓의 눈물… 94연승 日선수 물리쳐 세계가 깜짝
결승전 앞두고 체중 100g 초과 실격
스포츠재판소 항소… 은퇴의사 내비쳐
NYT “10억개의 마음에 상처 생겼다”



비네시 포갓(인도)이 6일 파리 올림픽 레슬링 여자 자유형 50kg급 8강전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포갓은 이 경기에서 옥사나 리바흐(우크라이나)를 7-5로 힘겹게 꺾은 뒤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포갓은 다음 날 결승을 앞두고 진행된 계체량에서 몸무게가 체급 기준을 100g 초과해 실격당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무적(無敵)’의 일본 여자 레슬링 선수 스사키 유이(25)를 꺾는 등 대이변을 일으켰던 비네시 포갓(30·인도)이 몸무게 100g을 줄이지 못해 올림픽 메달을 놓쳤다.

포갓은 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레슬링 여자 자유형 50kg급 첫 경기(16강전)에서 스사키를 3-2로 물리쳤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이 경기 결과를 다루면서 “챔피언을 충격에 빠뜨린 놀라운 승리”라고 전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사키가 시니어 레벨 국제 대회에서 패한 건 이날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스사키는 이 경기 전까지 외국 선수를 상대로 94연승, 국제 대회 24연속 우승을 기록 중이었다. 반면 올림픽에 2번 출전했던 포갓의 최고 성적은 도쿄 대회 9위(자유형 53kg급)였다. 일본 스포츠 매체들은 스사키의 충격적 패배를 “파리의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포갓은 인도의 유명한 레슬링 집안 출신이다. 그는 2010년 영국 연방 대회 레슬링에서 인도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딴 기타 포갓(36)의 사촌이다. 인도 여자 레슬링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한 포갓 가문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포갓이 같은 날 열린 준결승에서 유스네일리스 구스만(28·쿠바)을 5-0으로 누르고 인도 여자 레슬링 선수 최초로 결승에 오르자, 인도 누리꾼들은 “이번 올림픽 스토리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며 환호했다.

인도는 직전 도쿄 대회까지 올림픽 레슬링에서 7개 메달(은 2개, 동메달 5개)을 땄는데 금메달은 없었다.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인도 여성 선수가 금메달을 딴 적도 없다. 포갓의 역사적인 금메달의 꿈은 다음 날 계체량에서 물거품이 됐다. 포갓의 몸무게가 체급 기준에서 100g을 초과해 실격당한 것이다. 레슬링은 대회 기간 매일 아침 계체량이 이뤄지는데 포갓은 6일(16강전∼준결승)엔 계체량을 통과했지만, 결승을 앞둔 7일엔 체중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포갓은 전날 밤 체중이 기준을 2kg가량 넘은 걸 확인하고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밤새 애썼다. 그는 달리기와 줄넘기를 하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며 체중을 줄이려 했다. 그래도 체중 기준을 맞추지 못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피까지 뽑았지만 끝내 100g을 더 줄이지 못했다. 포갓은 세계레슬링연맹 규정에 따라 실격돼 대회 최하위로 기록됐다. 과거 자유형 53kg급에서 뛴 포갓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50kg급으로 체급을 낮췄는데 올림픽 예선을 치를 때도 체중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포갓의 실격으로 10억 개의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며 충격에 빠진 인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5000만 명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X(옛 트위터)에 “포갓은 챔피언 중의 챔피언”이라는 글을 남겼다. NYT에 따르면 인도 올림픽위원회는 모디 총리의 지시에 따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포갓의 실격에 대해 항소했다. 결승까지 올랐으니 실격당해도 은메달은 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을 급히 줄이느라 탈수 증세가 생겨 병원에 입원했던 포갓은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8일 자신의 X에 “나는 용기가 사라졌고 더는 힘이 없다. 굿바이, 레슬링 2001∼2024”라는 글을 남겼다.

포갓이 실격당한 자유형 50kg급 금메달은 미국의 세라 힐데브란트(31)가 차지했다. 스사키는 포갓의 실격으로 패자부활전 없이 곧바로 3위 결정전에 진출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