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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한전…‘200조 빚’에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입력 | 2024-08-09 06:40:00

서울 종로구 거리의 전력량계.ⓒ News1


누적부채 200조 원, 적자 40조 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개 분기 연속 ‘요금 동결’에 발목이 잡힌 한전은 경영 건전성을 위해 4분기(10~12월)에는 반드시 전기요금이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9일 한전에 따르면 전날 한전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1조 2503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국제연료 가격 안정에 힘입어 4개 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분기별 영업이익 규모는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2조 원이던 영업이익은 4분기 1조9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3000억 원, 2분기 1조 2503억 원으로 줄었다.

상반기 실적 결산 결과를 봐도 국제연료 구입비 감소가 흑자폭을 이끌었다.

ⓒ News1

한전은 상반기 매출 43조 7664억 원, 영업비용 41조 2168억 원으로, 2조 54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중 연료비나 전력 구입비 감소 등에 따른 비용 감소가 8조 4497억 원(-17.0%)을 차지했다.

영업익 흑자는 고무적이지만, 이 같은 실적 구조는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 여하에 따라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의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 사태를 키운 주범은 생산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요금, 소위 ‘역마진’ 구조였다.

한전의 현재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60%에 머물고 있다. 이는 100원에 원재료를 들여와 60원대에 팔고 있다는 의미다.

2019년까지 90%를 웃돌던 원가 회수율은 2021년 85.9%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요금에 이런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이에 따라 한전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2020년 132조 원 수준이던 총부채 규모는 2023년 202조 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88%에서 543%로 급증했다. 한전은 그나마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납부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한전이 한 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4조~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인플레이션 상황 등 서민경제 악화로 인한 전기요금 체납도 급증하면서 한전의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두 달 이상 밀린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총액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985억 9000만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말 636억 3000만 원보다 54.9% 증가한 규모다.

체납 건수로 보면 지난 1~5월 주택용 전기료 체납건수는 54만 5300건으로, 이미 지난 한해 기록(54만 2500건)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일반용 전기료 체납건수는 8만 5400건으로, 지난 한 해 기록인 9만 2800건에 육박한 상태다.

최근 중동지역 분쟁 확산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전이 밝힌 ‘연료가격 및 환율 변화 추이’를 보면 지난 1분기 유연탄 가격은 톤당 126.5달러에서 2분기 135.5달러로 7.1% 올랐다. 같은 기간 LNG 도입단가는 MMBtu(100만 열량단위)당 9.3달러에서 11.3달러(21.5%), 환율은 달러당 1329.3원에서 1371.2원(3.1%)으로 각각 뛰었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중동 분쟁과 고환율 등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적정 요금 현실화는 물론, 전력구입비 절감 등 전기요금 원가 감축을 통한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