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세계 1·2·4·5위 도장깨기’ 金 김유진 “랭킹은 숫자일뿐…지옥훈련 이긴 나를 믿었다”

입력 | 2024-08-09 08:30:00

183㎝에 57㎏, 혹독한 식단조절…“삼겹살에 된장찌개 먹고 싶어요”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김유진이 9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57㎏급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승리를 기념하며 “삼겹살에 된장찌개, 맥주를 먹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유진은 9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183㎝의 큰 키를 가진 김유진은 몸무게 57㎏을 유지하기 위해 혹독한 식단 조절을 해왔다. 그는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으면서 체중 조절을 했다. 식단을 짜서 식사했다”며 “훈련량이 많은 편이라 조금 먹고 많이 운동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꼽으며 “올림픽을 마쳤으니 무조건 먹을 것이다. 먹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유진은 “매일 운동 갈 때마다 지옥 길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훈련량이 많았다. 모든 선수가 그랬겠지만 정말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며 “하루에 2시간 이상씩 3번 운동했다. 한 번 운동할 때마다 발차기를 1만 번씩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올림픽 경기 도중 위기가 찾아오면 김유진은 혹독했던 훈련을 떠올렸다. 뤄쭝스(중국)와의 준결승에서 1라운드를 7-0으로 잡은 후 2라운드를 1-7로 내줬을 당시에 대해 김유진은 “지금까지 훈련한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그 힘든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더 악착같이 발차기했다”고 회상했다.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김유진이 9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 경기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여자 태권도 세계 랭킹 24위인 김유진은 이번 올림픽에서 상위 랭커를 잇달아 격파했다. 그는 16강에서 하티제 일귄(5위·튀르키예)을 꺾은 뒤 8강에서 스카일러 박(4위·캐나다)을 물리쳤다. 4강에서는 랭킹 1위인 뤄쭝스를 제압했다. 이어 결승에서는 랭킹 2위인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꺾고 우승에 성공했다.

김유진은 “세계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 별거 아니다.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메달을 반전이라고들 한다’는 말에 “반전 아니죠”라며 “오늘 몸을 푸는데 몸이 너무 좋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속으로 ‘일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태껏 해왔던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까짓 것 못 하겠나’라는 생각을 했다. 과정을 떠올리면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며 “준비를 힘들게 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었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뛰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명예를 얻은 것을 떠나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을 세우는 데 보탬이 돼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너무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김유진이 9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 경기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와 겨루고 있다. 뉴스1

금메달을 딴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김유진이 여덟 살 때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며 태권도를 권유했다고 한다. 김유진은 “할머니가 안 주무시고 계실 것”이라며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나 태권도 시켜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끝으로 김유진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얘들아, 올림픽 별거 아니야. 너희도 할 수 있어”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