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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난기류’ 만난 항공업계…항공기 수백만 건 정보 모아 공동 대응

입력 | 2024-08-09 09:23:00

청천난류에 난기류 80% 증가
지상 OCC서도 난기류 실시간 모니터링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 절차 개편” 난기류 대처




비행하는 항공기의 모습. 대한항공 제공

최근 인천에서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한국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나 14명이 목과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통로에 기내식이 모두 쏟아진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이와 같은 난기류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 전언이다. 최근 난기류 증가 상황과 함께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항공업계에서 난기류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난기류 1년 새 80% 증가…국제협약으로 공동 대응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적기의 난기류 발생 건수는 6000여 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8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해외도 난기류 증가의 예외가 아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2023년 난기류로 중상을 입은 사람은 185명에 이른다.

난기류는 여름철 또는 항공기가 적도 지역을 통과할 때 공기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지면서 자주 발생한다. 특히 ‘청천난류(CAT·Clear Air Turbulence)’는 일반적인 기상 현상과 무관하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예고 없이 발생한다. 최근에 발생한 난기류 관련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 대부분 청천난류가 꼽힌다.

항공사들은 세계 여러 항공사와 국제협약을 맺고 난기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난기류 인식 플랫폼(Turbulence Aware Platform)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21개 항공사가 운항하는 수백만 건의 항공편에서 측정된 난기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난기류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 전 이뤄지는 운항승무원과 객실 승무원 간 합동 브리핑에서도 난기류 위치와 강도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승객과 객실 승무원의 안전을 고려한 서비스 시점까지 조율한다”고 말했다.


지상에서도 24시간 난기류 대응
지상에서도 난기류 등 항공기 안전 위협에 실시간 대응하는 시설이 있다. 바로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로 불리는 종합통제센터(OCC, Operations & Customer Center)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OCC를 최신 설비로 리모델링했다.

대한항공 본사 A동 8층에 있는 종합통제센터(OCC) 모습. 대한항공 제공

OCC는 항공기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기상과 항로, 이착륙 시간과 상황뿐 아니라 국제 정세까지 살핀다. OCC에는 운항 중인 항공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비정상 상황 시 이 전화기를 통해 운항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OCC는 예측되는 난기류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를 선정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운항 중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가 감지될 경우, 항공기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해당 지역을 비행하게 될 다른 항공기들에 즉각 정보를 제공한다.


난기류 증가에 기내 서비스도 개편
몽골 울란바토르행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난 사진이 기사로 나오자 많은 사람이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내식이 모두 쏟아진 상황에서도 다행히 뜨거운 컵라면이 없어 화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난기류 증가에 따라 기내 간식 서비스도 바뀐다. 대한항공은 15일부터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하던 일반석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실제 기내 컵라면 서비스로 인한 화상의 위험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라며 “특히 좌석 사이 공간이 좁은 일반석의 경우 승객들이 밀집돼 있어 위험도가 더욱 높고, 기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남은 국물의 뒤처리도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일반석의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핫도그, 피자, 핫포켓(파이 껍질 속에 다양한 속을 채운 음식) 등 새로운 기내 간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좌석벨트 착용 안내 등이 켜진 모습. 대한항공 제공

이 밖에 대한항공은 7월부터 중·장거리 모든 노선에서 객실서비스를 종료 시점을 최대 20분 앞당겼다고 밝혔다. 착륙 준비 시점은 항공기 고도가 낮아져 난기류 발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 예상 가능한 난기류 지역을 통과할 때는 기내에 신호음과 함께 ‘좌석벨트 착용(Fasten Seat Belt)’ 표시등이 켜지도록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난기류 증가 추세에 대비해 안전 운항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개선 방안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