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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도 못생긴 건 싫어요? [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4-08-09 12:23:00


PC주의를 아시나요? 물론 퍼스널 컴퓨터의 약자가 아니라, 최근 게임은 물론 영화 등 모든 콘텐츠 산업에 몰아친 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 운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표현을 할 때 인종, 민족, 언어, 종교, 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운동입니다. 소수자들을 차별, 배제하는 언어 사용 및 표현을 지양하는 것이니, 너무나도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동안은 흑인, 동성애자, 여성 등 소수자들을 비하하는 발언들이 많았으니, 모두가 평등한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자는 반성의 의미를 담은 운동이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 이것이 변질되어 너무 과도한 PC주의가 만연하다보니, 이것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흑인, 동성애자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일이지만, 설정에도 맞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우거나, 모든 요소에 동성애적 요소를 노출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죠. 북유럽이 배경이기 때문에 원작에서는 백인이었던 인어공주가 과도한 PC주의를 맞으면서 흑인 여성으로 변경돼 엄청난 비난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습니다.

실제 모델은 매력적인데, 캐릭터는 왜 이렇게 나왔을까. 출처 소니


요즘 게임에서도 과도한 PC주의 때문에 말이 많았습니다. 거친 남성미를 자랑하는 남자 영웅 캐릭터가 동성애자였다는 설정으로 나오거나, 과도한 성차별을 막는다는 이유로 일부러 못생긴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 캐릭터가 그렇게 등장하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멀쩡히 가정이 있었던 남성 캐릭터가 갑자기 게이로 돌변하고,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설정을 가졌던 캐릭터를 강제로 레즈비언으로 바꿔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문제입니다. 요즘은 캐릭터를 만들 때도 현실감을 위해 실제 배우를 기용해서 실사 캐릭터 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라이즌 시리즈처럼 배우는예쁘게 생겼는데, 캐릭터는 못생기게 나와서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다 못생겨서 비판을 받고 있는 소니의 신작 콘코드. 출처 소니



물론 대형 게임 개발사가 많은 서구권에서는 비평가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비평의 주요 요소로 삼고 있고, 미국의 Z세대(1997년생부터 2012년생)는 28%가 동성애자이거나 양성애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니, 현실을 반영한 조치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개팅이나 결혼정보업체에서도 외모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좋아합니다. 특히 예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몇시간씩 투자해서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아무런 성능 차이도 없는 예쁜 스킨을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할 정도로 캐릭터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들이 못생긴 캐릭터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이브의 외모 덕분에 호평받은 스텔라 블레이드. 출처 시프트업


이렇다보니, 요즘 한국 게임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예전에는 성형한 것처럼 너무 틀에 박힌 미소녀들만 등장한다고 해서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과도한 PC주의에 물든 서구권 게임들과 비교하니 선녀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코스피 입성으로 화제가되고 있는 시프트업의 화제작 스텔라 블레이드는 출시 전에 주인공 이브의 외모가 성상품화를 조장한다면서 논란이 됐지만, 출시 후에는 매력적인 외모 덕분에 단기간에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올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넥슨의 화려한 변신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매력적인 여주인공들의 외모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출시 초반에는 데스티니 가디언즈, 워프레임등 기존 루트슈터 인기작들과 유사한 면이 많고 과금이 비싸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출시 후 얼티밋 버니의 매력적인 몸매가 화제가 되면서, 26만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면서 스팀 인기 1위에 오른 것입니다.

최근 업데이트에서는 또 다른 인기 캐릭터인 밸비의 업그레이드 스킨인 얼티밋 밸비와 신규 캐릭터 루나, 그리고 여름 시장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수영복 스킨을 추가해서 다시 스팀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예쁜 것을 보는 눈은 국적을 불문하고 동일하다는것을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퍼스트 디센던트를 다시 스팀 매출 1위로 만든 얼티밋 밸비. 출처 넥슨


이런 흐름 때문인지 서구권 대형 회사들이 그동안 PC주의 실천을 담당해오던 부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MS가 내부의 DEI(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팀을 최근 해체했으며 CNBC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메타 역시 지난 2023년에 DEI 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여러 대형 게임사에게 PC주의 관련 컨설팅을 진행해 관심을 모았던 스윗베이비 역시 점점 외면당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이 참여한 게임들이 대부분 과도한 PC주의로 이상해지고 있다보니, 스윗베이비가 참여한 게임은 무조건 걸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올바른 일입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동성애자 캐릭터가 나올 수 있고, 예쁜 캐릭터가 있다면 못생긴 캐릭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에서 못생긴 것도 심난한데, 게임에서까지 못생긴 캐릭터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네요.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