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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려는 노인 잡아줬는데 ‘폭행’ 신고…CCTV로 억울함 밝혀내

입력 | 2024-08-09 12:33:00

광주지방법원의 모습. 뉴스1


길에서 넘어지려는 자신을 붙잡아 준 행인을 폭행 혐의로 신고한 8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고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광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정영하)는 무고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A 씨(87)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22년 11월 24일 오전 10시 6분경 광주 동구에 있는 한 안과 주차장에서 “40대 남성 B 씨에게 폭행당했다”고 112에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서에 출석해서도 “B 씨가 주차장을 걸어가는 내게 경적을 울리고 차에서 내리더니 멱살을 잡으며 뒤로 밀쳤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B 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수사기관은 목격자들의 진술과 병원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당시 B 씨가 넘어지려던 A 씨 팔을 잡아준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두 차례나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행히 현장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자칫하면 피해자가 더 난감한 상황에서 수사받고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점, 중증 장애가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