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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선수에 패했던 前 영국 국대 “IOC, 여성 선수들에 함구 압력”

입력 | 2024-08-09 14:55:00

1980년 올림픽서 남성 호르몬 주입 선수에 밀려 2위
"IOC, 남녀 선수를 함께 두는 것의 피해 고려 안해"
"XY염색체 선수에 패한 여성들, 법적 조치 취할 경로 필요"



ⓒ뉴시스


남성 호르몬 주입 선수에게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던 전 올림픽 수영 선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해 “여성 선수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2024 파리올림픽에서 ‘XY 염색체’를 가진 선수들에게 패한 여성 복싱 선수들이 IOC의 압력으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다며, 경기 결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한국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전 영국 수영 국가대표 샤론 데이비스(61)는 이날 여성 권리 단체인 ‘성은 중요하다’(Sex Matters)의 패널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데이비스는 “IOC와 같은 세계 관리 기관의 임무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들은 남성 운동선수를 여성 선수와 함께 두는 것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남성 염색체’를 가진 이마네 켈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에게 패배한 선수들이 경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에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의 관점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경로’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수영 경영 여자 혼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딴 영국 수영 전설이다.

당시 데이비스는 동독의 페트라 슈나이더에 밀려 2위를 차지했는데, 슈나이더는 이후 자신이 경기력 향상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데이비스가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엔 이번 올림픽에서 참가한 켈리프와 린위팅의 성별 논란이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혈액 검사에서 ‘XY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실격 처리된 바 있다.

그러나 IOC는 두 선수가 태어날 때부터 여성으로 분류됐고 여권에도 여성으로 명시돼 있다며, 이들의 올림픽 참가를 허용했다.

특히 IBA는 지난해 부패 및 지배구조 문제로 복싱 스포츠 관할 기구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했는데, IOC는 그런 IBA가 두 선수에게 실시한 테스트이기에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IBA는 IOC가 여성 복싱을 죽이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데이비스는 IOC가 과거부터 여성 운동선수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IOC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데이비스는 과거 동독 정부가 11~13세의 어린 소녀들에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도록 허용했다며, IOC가 이를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동안 IOC는 여성 선수들이 메달을 뺏기는 것을 허용했고, 어렸던 동독 소녀들이 약물에 중독돼 죽어가는 것을 방관했다”며 “IOC가 여성 선수들의 안전을 책임져 온 역사는 정말로 끔찍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가진 문제는 이번 대회에서 피해를 당한 여성 선수들이 매우 어리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매우 위축돼 있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IOC는 정부와 국가 협회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 선수들이 문서에 서명하도록 해 그들을 막고, 그들의 목소리를 앗아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데이비스는 필요하다면 IOC가 켈리프와 린위팅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에 대한 성별 검사도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켈리프는 지난 7일 대회 복싱 여자 66㎏급 준결승에서 잔재엠 수완나펭(태국)에 5-0(30-27 30-26 30-27- 30-27 30-27) 판정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린위팅도 다음 날인 8일 대회 복싱 여자 57㎏급 준결승전에서 에스라 일디즈(27·튀르키예)를 상대로 5-0(30-27, 30-27, 30-27, 30-27, 30-27) 판정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올랐다.

켈리프는 오는 10일 류양(중국)과, 린위팅은 오는 11일 율리아 셰레메타(20·폴란드)와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