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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치매 노인 찾은 경찰견 야크…공로패-간식 포상 받아

입력 | 2024-08-09 15:27:00


길을 잃고 실종됐던 70대 치매 남성을 발견한 과학수사대 체취증거견 ‘야크’가 9일 오전 공로패와 부상을 받기 전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많이 먹고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하거라.”

9일 오전 부산경찰청 3층 과학수사대 사무실.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 강아지 얼굴이 그려진 반려견 전용 케이크와 오리 목뼈 등 반려견 간식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고, 과학수사대 체취증거견 야크는 여러 차례 “왕, 왕.”하고 크게 짖은 후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야크에게 공로패와 간식 등의 포상을 수여했다. 최근 야크가 5일 동안 실종됐던 70대 치매 노인을 발견해 구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길을 잃고 실종됐던 70대 치매 남성을 발견한 과학수사대 체취증거견 ‘야크’가 9일 오전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사무실에서 공로패를 받고 부상으로 받은 반려견 전용 케이크를 먹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동래구에 사는 70대 치매 남성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 반경을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이날 밤 10시 15분경 부산 금정산 산성로로 걸어가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확인하고 기동대와 형사 등의 경력을 대거 동원해 등산로를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이에 수색 4일째인 31일 오후부터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야크를 수색에 투입했다. 경찰은 다음 날 1일 오전 6시경 금정산 중턱에서 이 남성의 슬리퍼를 발견했다. 야크는 이 일대 반경 100m를 집중적으로 수색해 오전 7시 40분경 탈진해 수풀에 쓰러졌던 치매 남성을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됐더라면 자칫 생명이 위험할 뻔했다”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은 치매 남성이 귀가해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다섯 살짜리 수컷 말리노이즈 종인 야크는 2021년 4월부터 체취증거견으로 활동하고 있다. 셰퍼드와 비슷하게 생긴 말리노이즈는 충성심이 강하고 후각이 발달했다. 야크는 2022년 8월 산으로 도주했던 살인미수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등 여태껏 10여 건의 살인미수·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는 데 투입됐다.

부산경찰청에는 경찰특공대 소속 폭발물탐지견 10여 두와 야크와 덕삼이 등 체취증거견 2마리 등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15개 시도 지방경찰청에서 활동하는 체취증거견은 29마리다. 약 20년 경력의 경찰견 핸들러(관리사)인 김도형 경위(52)는 “2012년 전국 지방경찰청에 처음 배치된 체취증거견은 의식을 잃고 움직이지 않는 실종자를 발견해 짖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발달한 후각을 통해 혈흔 묻은 칼과 암매장 시신 등을 찾아내는 등 강력 사건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을 잃고 실종됐던 70대 치매 남성을 발견한 과학수사대 체취증거견 ‘야크’가 9일 오전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사무실에서 공로패를 받고 부상으로 받은 반려견 전용 케이크를 먹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