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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아이유’는 어떻게 하나의 장르가 됐나

입력 | 2024-08-10 01:40:00

◇아이유를 읽는 시간/조성진 지음/372쪽·2만3000원·한스미디어





2010년 발표된 곡 ‘좋은 날’은 한국 가요의 흥행 공식을 벗어난 노래다. 보통 한국 가요는 ‘벌스’(후렴으로 가기 전 전개 단계)에서 가수의 가창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노래 벌스에선 악기 소리도 강하게 들린다. 반주도 주인공인 셈이다.

곡의 절정 부분도 한국 음악의 특성이 아니다. 고음인 “dream∼”이 이례적으로 11초 이어진다. “하나, 둘”이라고 예고한 뒤 음정을 세 차례 바꾸며 ‘3단 고음’을 부른다. ‘3옥타브 파#’란 매우 높은 음역까지 진성으로 닿는다. 가수 아이유는 2021년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회고했다.

“원래 3단 고음이 들어간 뒤 노래가 시작되는 거였는데 마지막 부분으로 (위치가) 바뀌었어요. 끝엔 ‘나 해냈어’란 표정 연기가 들어가죠.”

‘벅스뮤직’ 콘텐츠팀장, 서울재즈아카데미(SJA) 학과장을 거친 음악평론가가 아이유를 분석한 평론집이다. 동료 평론가, 실용음악과 교수, 보컬트레이너, 작곡가 등 80여 명을 인터뷰해 아이유 음악 124곡을 분석했다.

저자는 아이유의 성공 이유로 ‘연기력’을 꼽는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각 노래를 부를 때마다 콘셉트에 맞게 배우처럼 연기한다는 것이다. 2011년 발표한 곡 ‘잔혹동화’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나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를 선보여 ‘국민 여동생’답지 않은 반전을 선사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을 활용한 것도 비결이다. 2010년 아이돌 가수인 임슬옹과 ‘잔소리’를 부르는 등 동년배와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2013년 가수 양희은과 ‘한낮의 꿈’, 가수 최백호와 ‘아이야 나랑 걷자’를 부르는 등 선배들과의 협업도 너끈히 소화했다.

아이유에 대한 다양한 면을 분석한 점이 매력적이다. 아이유가 “아무도 가질 수 없는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고 평할 정도로 평론 대상에 대한 애정도 묻어난다. 다만 아이유와의 직접 인터뷰가 없고, 아이유가 향후 발전해 나아가야 할 점을 짚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