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를 읽는 시간/조성진 지음/372쪽·2만3000원·한스미디어
곡의 절정 부분도 한국 음악의 특성이 아니다. 고음인 “dream∼”이 이례적으로 11초 이어진다. “하나, 둘”이라고 예고한 뒤 음정을 세 차례 바꾸며 ‘3단 고음’을 부른다. ‘3옥타브 파#’란 매우 높은 음역까지 진성으로 닿는다. 가수 아이유는 2021년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회고했다.
“원래 3단 고음이 들어간 뒤 노래가 시작되는 거였는데 마지막 부분으로 (위치가) 바뀌었어요. 끝엔 ‘나 해냈어’란 표정 연기가 들어가죠.”
저자는 아이유의 성공 이유로 ‘연기력’을 꼽는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각 노래를 부를 때마다 콘셉트에 맞게 배우처럼 연기한다는 것이다. 2011년 발표한 곡 ‘잔혹동화’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나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를 선보여 ‘국민 여동생’답지 않은 반전을 선사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을 활용한 것도 비결이다. 2010년 아이돌 가수인 임슬옹과 ‘잔소리’를 부르는 등 동년배와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2013년 가수 양희은과 ‘한낮의 꿈’, 가수 최백호와 ‘아이야 나랑 걷자’를 부르는 등 선배들과의 협업도 너끈히 소화했다.
아이유에 대한 다양한 면을 분석한 점이 매력적이다. 아이유가 “아무도 가질 수 없는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고 평할 정도로 평론 대상에 대한 애정도 묻어난다. 다만 아이유와의 직접 인터뷰가 없고, 아이유가 향후 발전해 나아가야 할 점을 짚지 않은 것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