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인식의 중요성 강조한 측면 일각선 신비론처럼 해석하기도 과학적 호기심 채우는 건 어떨까 ◇퀀텀스토리/짐 배것 지음·박병철 옮김/640쪽·2만7000원·반니
양자이론은 몇몇 독특한 특징 때문에 수십 년 전부터 신비로운 이야기의 소재로 자주 활용되곤 했다. 한 물체가 한 장소에 있는 듯하다가 갑자기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듯한 현상이라든가, 미래에서 과거를 바꾸는 듯한 현상을 양자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꼭 전설 속 마법이나 도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양자이론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코펜하겐 해석을 보면, 물체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사람의 시각과 인식이 물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듯한 이야기가 있다. 이 역시 사람의 마음이 어떤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말과 비슷한 감상을 주곤 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몇몇 사이비 종교 교주들이 양자이론을 이용해서 신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사기를 친 사례도 있다.
양자이론은 과학이면서도 정신과 마음에 관한 신비로운 옛 현인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줘서 중장년층의 눈길을 끄는 듯하다. 더군다나 양자이론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 워낙 퍼져 있다 보니 “그 어려운 것을 나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또한 양자이론에 더 관심을 갖게 만드는 듯하다.
양자이론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그런 이론을 만들었는지 잘 설명해 놓은 책을 하나 읽고 싶다면 짐 배것의 대표작 ‘퀀텀스토리’만 한 책도 없다. 이 책은 두툼한 분량에 걸쳐 막스 플랑크, 에르빈 슈뢰딩거 같은 양자이론의 창시자라고 할 만한 인물의 사연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인 1970, 1980년대 과학자들의 이야기까지 양자이론에 대한 중요한 소재들을 다룬다. 과학자들이 공부하고 취직하고 연구하고 연구 결과를 놓고 경쟁하는 삶의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과학 지식을 그저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책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자주 나올 법한 천재들의 특이한 행동에 대한 일화들을 풍부하게 소개해 주는 예스러운 재미가 풍부한 책이다. 한번 맛을 붙이면 지식에 대한 동경과 경이 속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