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발리행 비행기를 탔다. 쌍쌍의 신혼부부들로 한가득이다. 결혼식을 준비하고 치르느라 피곤했을 만도 하지만 모두 기대에 들뜬 모습이다.
더운 여름에 굳이 발리를 찾아야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적도 바로 남쪽에 있는 발리는 요즘 서늘한 건기다. 시차가 한 시간 빠른 한국보다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관광과 휴양, 액티비티, 힐링, 쇼핑 등 거의 모든 테마의 여행이 가능하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늘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 ‘헤드코치 미스터 신’ 하면 깎아주는 쿠타
저녁에는 공항에서 조금 벗어난 쿠타 비치 인근이 좋다. 고급 호텔과 카페, 라운지, 레스토랑 등이 밀집돼 있고, 어디를 가든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쇼핑몰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폴로 셔츠 한 장이 30만 루피아다. 한화로 2만7000원 정도. 한국(약 10만 원)의 4분의 1 가격이다.
메인 도로와 비치 진입로 구석구석에 즐비한 핸드메이드 제품 상점들도 둘러볼 만하다. 호객을 위해 사람을 붙잡는 일도 없다.
선물용으로 동그란 라탄 가방이 눈에 띄었다. 개당 15만 루피아(약 1만4000원)라는 점원에게 “디스카운트”라고 하자 “안 돼”라는 한국말이 돌아왔다.
여행지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물건값 흥정이다. 몇 차례 물건값을 깎아 달라 졸랐지만 요지부동이다.
신 전 감독의 이름을 듣자 상인은 태도를 바꿨다. 결국 가방 3개를 30만 루피아에 살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던 현지인 가이드가 한국어로 “잘하셨습니다. 여기, 사람들. ‘미스터 신’ 너무너무 좋아합니다”라며 엄지 척을 해준다.
● ‘발리의 청담동’ 세미냑
이튿날 아침 발리 남부에 위치한 파당파당 비치를 찾았다. 숙소에서 승용차로 50분 거리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인천공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탔던 신혼부부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서퍼들의 천국인 발리 남부 파당파당 비치에서 서핑 강습을 받는 외국인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옆 술루반 비치를 찾았다. 바다 동굴을 배경 삼아 셀카를 찍고, 비치 위 카페에서 발리 맥주 ‘빈탕’으로 숨을 돌린다.
울루와투 사원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절벽이 웅장하다.
인도양 바다와 사원들을 사진에 담아 지인들에게 전송하자, ‘대박’이라며 문자가 쏟아졌다. ‘본전을 다 뽑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비치클럽과 라운지 등이 모여 있는 ‘발리의 청담동’ 세미냑 거리.
포크립과 스테이크가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맛본다. 이름값 그대로였다. 고기가 질기지 않고, 소스가 입안에서 기분 좋게 맴돌았다.
저녁을 먹으며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길거리 행인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름신’을 경계하며 ‘아이 쇼핑’을 즐겼다. 발리에서만 살 수 있는 선물용 상품도 제법 눈에 띈다.
● 7500원으로 누리는 명품 낙조
동남아 여행에서 골프는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삼일째 이른 아침, 파당파당 비치 인근에 위치한 ‘뉴 쿠타 골프클럽’을 찾았다. 아이언 클럽이 페어웨이 잔디를 쓸고 지나가는 감이 정말 부드럽다. 캐디 둘을 태우고 카트를 직접 몰면서 마시는 아침 공기는 시원한 얼음 생수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청량했다.
특히 14번홀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린 뒤로 바다가 펼쳐졌고, 그 바닷바람에 골프공은 깃털처럼 흔들렸다. 골프공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았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만으로 버디를 친 것 같았다.
이곳을 즐기기 위해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다. 옷과 신발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상의는 폴로 셔츠 스타일로 입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 돈을 주고 빌려야 한다. 골프화도 대여할 수 있지만 세탁이 잘 안 돼 있어 신기에 찝찝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석양 포인트인 발리 아야나. 비현실적인 아야나의 해넘이 풍경을 보기 위해 발리를 찾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이를 즐기려 가격이 제법 비싼 아야나 리조트를 찾는 신혼부부도 많다. 당일 리조트 시설 이용 예약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리조트 옆 레스토랑 테라스를 찾았다. 7500원짜리 레몬 주스에 민트 시럽 을 넣은 음료를 주문한 뒤 노을이 지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바다 위로 강렬한 붉은 빛을 내뿜으며 해가 떨어지자 장관이 펼쳐졌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연인이 서로 고개를 맞대고 있었다.
● 발리 육개장 맛에 눈이 번쩍
나흘째가 넘어가면서 쌓인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에서 지내는 일정을 짰다. 아침 식사 후 수영, 맥주와 간식을 즐기다 수영, 낮잠을 즐기다 다시 수영, 저녁 식사로 이어지는 일종의 ‘베짱이 콘셉트’였다.
이를 위해선 발리 남동쪽에 위치한 휴양 코스, 누사두아 지역의 물리아 빌라나 리조트가 안성맞춤이다. 리조트는 전용 해변까지 갖고 있다. 버기카를 타고 리조트 전체를 천천히 돌아다니다 라운지 바를 즐길 수도 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한국인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아이템도 있다. 물리아 풀빌라 레스토랑의 아침 식사 메뉴에 포함된 육개장이다. 한국인 주방장이 아니면 흉내내기 어려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숙성된 김치까지 넣고 잘 끓여서인지 국내에서보다 더 칼칼하고, 속이 뻥 뚫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빌라 근처 한국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도 별미였다. 한국인 사장님이 직접 만든 김치와 깍두기, 감자조림 반찬도 제대로였다.
덴파사르 북부 우붓에 위치한 원숭이숲(몽키포레스트)의 원숭이들.
공항으로 가는 길. 우붓 도로 주변으로 대문을 생화로 장식해 놓은 집들이 여럿 보인다. 발리에서는 남자의 집에서 결혼식이 치러지는데, 생화는 결혼식을 알려 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신혼부부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상징물이다. 한국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익숙한 신혼부부들이 눈에 띈다. 발리에서 쌓은 추억들로 모두 행복한 모습들이다.
발리 여행팁
1. 필터가 내장된 샤워기 헤드는 필수품이다. 5성급 호텔이라도 물이 좋지 않다. 이를 닦을 때도 수돗물보다는 생수를 쓰는 게 좋다.
2. 풀빌라에서 다이빙은 절대 금지다. 수심이 얕다. 최근 한국 신혼여행객 가운데 다이빙을 하다가 목을 크게 다친 경우도 있다.
3. 호텔 침대 시트를 깨끗이 사용하라. 수박 물이 약간 묻었어도 세탁 요금으로 75만 루피아(약 6만8000원)를 요구한다.
4. 호텔 내 흡연도 해선 안 된다. 객실에서 흡연을 했다가 200만 루피아(약 18만 원)를 낸 사람도 있다.
1. 필터가 내장된 샤워기 헤드는 필수품이다. 5성급 호텔이라도 물이 좋지 않다. 이를 닦을 때도 수돗물보다는 생수를 쓰는 게 좋다.
2. 풀빌라에서 다이빙은 절대 금지다. 수심이 얕다. 최근 한국 신혼여행객 가운데 다이빙을 하다가 목을 크게 다친 경우도 있다.
3. 호텔 침대 시트를 깨끗이 사용하라. 수박 물이 약간 묻었어도 세탁 요금으로 75만 루피아(약 6만8000원)를 요구한다.
4. 호텔 내 흡연도 해선 안 된다. 객실에서 흡연을 했다가 200만 루피아(약 18만 원)를 낸 사람도 있다.
글·사진 발리=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