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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자본금 30배 강화… 불법사채는 원금도 환수

입력 | 2024-08-10 01:40:00

여야, 대부업체 문턱 높이고 불법사채 근절 법안 추진
민주당, 내주 발의… 與도 내달 계획
불법사채 계약 무효화… 광고도 차단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업체 등록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불법 사채업자에 대해서는 원금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국민의힘도 올해 6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관리감독 강화와 온라인에서 불법 사채 광고 사전 차단 등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달 발의할 계획이다. 플랫폼 사채의 실상을 고발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시리즈 보도 이후 정치권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 주 ‘대부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해당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 시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0배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부업자가 최고 이자율(20%)을 넘는 대부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자 전부를 무효화하고, 불법 사채업자에 대해선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나라’ 등 대부 중개 플랫폼에 대한 불법 사채업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박 원내수석은 “불법 사채업체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기에 빠진 서민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며 “대부업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 비서실장 출신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도 대부업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하고, 대부업체 대표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의 임직원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발의했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토론회를 거쳐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불법 사채 문제는 이 후보도 성남시장 시절부터 강조했던 내용”이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등의 불법 사채 광고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협의해 관련 법안 정비를 준비해왔다”며 “온라인 대부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주로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채땐 계약 무효… 대부업 자본요건 1000만→3억 상향”
[22대 국회, 불법사채와의 전쟁]
여야 “불법사채 근절” 처벌 강화 추진
지금은 법정이자 초과분만 환수… 사채업자들 “걸려도 남는 장사”
전문가 “대부업 가장납입 차단위해 일본처럼 순자산액 기준 규정 필요”

2021년 2월부터 불법 사채 조직을 운영해 온 총책 ‘강 실장’은 지난해 3월 경찰에 붙잡혔다. 강 실장의 조직은 다른 사람 명의의 대부업 등록증을 활용해 대부중개 플랫폼에서 ‘정식 대부업체’라고 광고했다. 이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 온 피해자를 상대로 연이율 최고 5214%에 달하는 불법 고리영업을 했다.

법원이 인정한 강 실장 조직의 불법 대출 규모는 37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총책과 함께 기소된 공범들에게 추징한 금액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억 원가량뿐이었다. 현행법상 전체 원리금(원금+이자) 가운데 연 20%인 법정이자를 넘어선 초과 이자분만 범죄 수익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 ‘불법 사채 원금 환수’ 길 열리나

이처럼 현행 대부업법은 법정 상한을 초과한 이자에 대해서만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원금과 법정이자에 대해서는 환수 규정이 없다 보니 현재는 불법 사채를 적발해도 연 20%인 법정이자를 초과해 지급한 이자만 환수가 가능하다.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걸려도 금전적 불이익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이는 불법 사채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다음 주 발의할 예정인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법정이자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자계약 부분을 무효로 하고, 불법 사채업자의 경우에는 그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불법 사채업체의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 일본의 경우 ‘불법 사채는 위법한 계약이라 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08년 9월)이 불법 사채 근절의 본보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 자본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0배나 올리는 등 강화하기로 했다. 대부업 등록 자본요건은 2015년 이후 9년째 1000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자본 유지 의무 조항이 없다 보니 처음 등록할 때 한 번만 1000만 원 잔액을 인증하면 불법 사채업자들도 손쉽게 ‘정식 대부업체’로 위장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라 자기자본 요건이 3억 원으로 늘어나면 소규모 불법 사채업자들의 경우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2007년 ‘대금업법’을 시행하면서 대부업체 자산액 기준을 300만 엔(약 2800만 원)에서 5000만 엔(약 4억6300만 원)으로 점차 높이면서 대부업체 수가 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도 ‘대부업에 등록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천 의원은 대부업법 위반에 따라 벌금액이 5000만 원에 그치는 상황을 고려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추가 발의할 계획이다. 천 의원은 “범죄 수익을 추징해 피해자에게 돌아가게 하고 벌금형을 상향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불법 계약 무효화를 실현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및 상담건수는 6만3283건으로 전년(6만605건) 대비 4.6%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는 8597곳 중 5873곳이 개인사업자인데, 상당수가 불법 사채와 연결된 업체로 추정된다.

● “대부업체 자본요건에 부채도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대부업 자본요건을 높이는 것에 더해 ‘가장 납입’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대부업법 자본요건은 법인은 자기자본, 개인은 순자산액 기준이다. 부채는 자기자본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일부 법인들 사이에선 처음 등록할 때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와 자본요건을 맞추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불법 사채 피해자를 지원해 온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가장 납입을 차단하고, 재무적으로 부실한 업체들이 대부업체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금액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요건 기준을 일본처럼 ‘순자산액’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등록 대부업자 명칭을 불법 사채업자로 바꾸고 등록 대부업체 상호를 대부에서 생활금융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등록요건 상향 시 불법 음성시장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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