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곳곳에 숨은 AI가 관람, 판정, 안전 도우미로 활약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2024 파리올림픽 AI 기술 이미지. [이종림 제공]
꼼꼼히 판정하는 AI의 눈
AI 심판 지원 시스템은 체조선수들의 회전 각도와 점프 높이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후지쯔 제공]
파리올림픽에서는 이런 심판 지원 시스템 외에도 다양한 곳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4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인텔을 포함한 AI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올림픽 여러 분야에 AI를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AI 시스템이 선수들이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고, 공정한 경기를 보장할 것”이라며 “파리올림픽의 목표는 올림픽 가치를 보존하면서 변화를 수용해 AI 스포츠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스포츠 팬의 시청 경험 확장이다. IOC는 “더욱 개인화된 팬 경험을 만들겠다”며 5G(5세대 이동통신), VR(가상현실), 드론, AI 기술을 도입하고 선수 스토리 애플리케이션(앱)부터 몰입형 3D 방송까지 다방면으로 준비했다. 올림픽 AI 플랫폼 파트너사인 인텔은 IOC와 협력해 스포츠 팬을 위한 대화형 AI 앱인 ‘애슬리트365(Athlete365)’를 개발했다. 이 앱을 쓰면 사용자 관심사에 맞춰 특정 선수의 여정을 따라가거나 다양한 올림픽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360도 비디오와 공간 오디오를 지원해 경기장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올림픽 박물관의 일부 컬렉션을 대화형 디지털 환경으로 가져와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선수들에게는 생성형 AI 챗GPT 같은 챗봇 기능을 지원한다. 올림픽에 출전한 약 1만1000명의 선수는 챗봇을 통해 파리올림픽 빌리지에서 길을 찾는 방법부터 경기 규칙 및 가이드라인까지 쉽게 물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장에서 사진을 게시하는 것이 경기 중에 허용되는지, 선수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림픽 관련 상업 콘텐츠를 올려도 되는지 등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다.
올림픽 중계에도 AI 기술 도입
매일 올림픽 관련 브리핑을 제공하는 딥페이크 기술. [NBC 제공]
이번 올림픽에서 AI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보호와 감시’다. IOC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AI를 활용해 SNS 게시물을 관리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선수들과 관련해 생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SNS 댓글 수만 약 5억 개다. AI는 대량의 댓글을 확인해 선수들에게 악의적인 게시물은 자동으로 삭제한다. 이와 함께 물리적인 감시도 강화했다. 프랑스 정부는 대회 기간 테러나 재난 방지를 위해 도시에 카메라 수천 대를 설치해 광범위한 AI 감시체계를 구축했다. 감시카메라에 탑재된 AI 소프트웨어는 군중 규모와 움직임 변화, 버려진 물건, 무기 사용, 연기 또는 화염, 교통 위반 등 비정상적인 현상을 감지되도록 설계됐다. 감시카메라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하고 잠재적인 문제가 인식될 경우 보안 담당자에게 전송해 대처하도록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감시카메라를 통한 도청, 시각적 캡처 등 데이터 수집이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AI 기반의 감시 시스템은 제대로 규제되지 않는 데다, 추가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AI 활용해 올림픽 꿈나무 발굴
나아가 미래 올림픽 꿈나무를 발굴하는 데도 AI가 쓰이고 있다. 2026년 청소년올림픽 개최국인 세네갈은 인텔, 삼성전자 등과 협력해 스포츠 인재를 발굴하는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팀은 3월 세네갈의 6개 마을을 방문해 어린이 1000여 명을 테스트했다.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이 공을 갖고 놀거나, 점프하며 달리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속도, 거리, 움직임 등 생체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스포츠에 상당한 재능을 보인 어린이 40명을 선발했으며, 이들은 청소년올림픽 예비 선수로 키워질 예정이다. IOC의 AI 실무 그룹에서 활동하는 아미트 조시 인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마케팅전략 교수는 “세계 어디에선가 또 다른 마이클 펠프스(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전 수영선수)가 돌아다녀도 이를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며 “IOC가 AI를 활용하는 것은 더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인종적·경제적 차이를 초월해 가능한 한 많은 국가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2호에 실렸습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