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요구불예금 이달 3.2조 줄고 “부동산 매수” 가계대출 2.4조 증가 증권사 예탁금은 8200억 늘어나 전문가 “섣부른 빚투-영끌은 위험”
직장인 이모 씨(38)는 은행에 넣어뒀던 여윳돈을 증권 계좌로 옮긴 뒤 최근 크게 하락한 반도체 종목들을 분할 매수하고 있다. 이 씨는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은행 상품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모아둔 자금과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해 주식 투자를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요구불예금 이달 들어 3조2000억 원 감소
시중은행의 대기성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은 은행권 금융상품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다른 투자처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이달 2일, KB국민은행은 5일부터 주요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했다. 한 증권사 자산관리전문가(PB)는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객들이 예적금 수익률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더 넓은 아파트로 갈아타거나 보다 공격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분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부동산 매수·주식투자 기회 노려
일부 요구불예금은 주식 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가 전일 대비 8.77%나 떨어졌던 이달 5일에는 하루 만에 2조366억 원의 요구불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같은 날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 잔액은 하루 만에 5조6197억 원이 증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영끌’ ‘빚투’ 열풍이 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들의 투자 유인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두 가지 자산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미국, 한국의 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로 다가왔다 해도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