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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인구 18년 만에 110만 명 선 ‘붕괴’

입력 | 2024-08-12 03:00:00

2015년 117만 명으로 정점 찍은 뒤… 매년 감소하며 109만 명대로 하락
조선업 불황에 숙련공들 떠나고
청년층 유출-초저출생 문제 심각
시 “인구증가 정책 꾸준히 펼칠 것”



울산시가 올해 5월부터 울산대 등 지역 대학 5곳에서 ‘울산 주소 갖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 인구를 붙잡기 위한 자구책이다. 울산으로 전입하는 학생들은 8학기 기준 최대 90만 원의 생활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인구가 11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17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9년도 지나지 않아 7만 명이 넘는 인구가 줄었다.

민선 8기 울산시가 지난 2년간 일궈낸 20조 원의 기업 투자 유치도 인구 감소의 파고를 넘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투자의 중심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 울산 인구(주민등록 기준, 등록 외국인 인구 제외)는 109만9866명으로 전달보다 438명 줄었다. 울산의 인구가 110만 명 선 아래를 기록한 건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울산의 인구는 2015년 11월 117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며 지금까지 7만4134명이 줄었다.

한때 120만 명까지 바라보던 울산에서 인구 감소가 일어나기 시작한 원인은 조선업 불황 때문이다. 장기 침체기를 겪으면서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울산을 떠난 것이다.

최근 조선업이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임금과 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도체나 원전 건설현장 등으로 떠난 조선업 숙련공들은 돌아오지 않고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면서 인구 유입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인구 구조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20∼39세)의 탈울산은 도시경쟁력 약화의 신호로 꼽힌다. 지난해에만 울산을 떠난 청년은 3481명에 달한다. 울산 청년층은 최근 3년 새 22만4683명에서 20만1892명으로 2만2791명(10.1%)이나 줄었다. 지난해 기준 울산의 총인구 대비 청년 인구 비율은 18.3%로 전국 평균 19.6%에 밑돈다.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기 둔화로 직결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수관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울산의 청년인구 유출 비율은 전국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면서 “기술집약적 산업 시대에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바이오, 이차전지 등 기술력과 함께 청년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기업을 유치하거나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성비 불균형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해 기준 울산의 청년 여성은 8만8445명으로 남성 11만3447명보다 2만5002명이 적다. 청년 여성이 남성보다 울산을 떠나는 비율이 3.1%포인트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도 교수는 “울산 청년층의 성비 불균형은 매년 악화하는 추세”라면서 “여성들이 울산에 머무르고 일할 만한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으로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저출산도 울산의 인구 구조를 악화한다. 울산의 출생아 수 추이를 보면 2021년 6127명, 2022년 5399명, 2023년 5145명으로 매년 줄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262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로 보면 0.81명에 그쳤고, 올해는 0.7명 선 사수도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민간 8기 친기업 정책으로 임기 2년 동안 373개 기업에서 총 20조7224억 원의 투자 성과를 냈다”면서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는 기술집약적 산업에 중점적으로 이뤄지면서 당장에 드라마틱한 인구 증가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울산을 더 풍요롭고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정책을 꾸준히 펼치다 보면 반드시 인구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