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소리 지르는 이유별 대처법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들은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할 때도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질렀을 때 그 소리가 미치는 영향력을 탐색하고 그 결과를 보기 위해서도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도 소리를 지른다. 아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는 것은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질서를 배우는 첫걸음을 내디딘 어린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대형마트에서 앞에서 말한 갖가지 이유로 소리를 지르는 아이라면, 장 보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장보기를 놀이처럼 하게 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심부름 미션 놀이다. 심부름 내용은 아이의 나이에 따라 조절한다. 아이가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높이에 있고 무겁지 않으며 부피도 크지 않은 물건을 가져오게 한다. 아이가 미션을 잘 수행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주는 것도 게임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누가 먼저 찾나’ 놀이다. 부모가 유제품이 있는 근처에서 “우유가 어디 있나∼, 우유를 찾아보자”라고 한다. 아이가 우유를 가리키거나 가져오면 이기는 것으로 한다. 이런 놀이들을 통해 아이는 대형마트가 소리를 지르면서 노는 곳이 아니라 장을 보기 위해 가는 곳임을 알게 된다.
소리를 지르는 것이 너무나 재밌고, 소리를 지르면 행복한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에 대해서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지 말고 집에서 이야기하듯이 해 보렴”이라고 차분히 말해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낮은 소리로 조용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도 그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목소리를 조용하게 낮춘다. 이렇게 말해줄 수도 있다. “○○야, 주변을 둘러보렴. 사람들이 많지? 그래서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거야. 계속 소리를 지르면 엄마는 바로 너를 데리고 집으로 갈거야. 그런데 재미있게 장보기를 할 수도 있어.” 그리고 게임처럼 지도해 준다. “자, 이제부터 누가 조용히 말하는지, 누가 소곤소곤 잘 이야기하는지 게임을 하자.” “자, 이제부터는 가장 잘 속삭이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라고 말해준다. ‘작은 동물소리 흉내 내기 게임’도 괜찮다. 아이가 소리를 지를 때 “우와∼, 지금 네 소리는 마치 사자 소리 같아. 예쁜 고양이 소리로 내 볼까? 햄스터 소리로 내 볼까?”라고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소리를 작게 내 보게 한다. 그다음에 ‘사이몬 가라사대’ 같은 게임을 해서 아이가 소리 지르는 것을 일단 멈추고, 다른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은 뭔가 불편해져도 소리를 지른다. 그때는 아이에게 직접 정말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만약 지금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이라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사람들이 많이 북적거리는 대형마트에 있는 것이 답답하고 힘들어서 소리를 지른다고 판단되면 서둘러서 쇼핑을 마친 후 그곳을 빨리 떠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사람이 많은 곳을 힘들어하는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 좀 작고 조용한 상점을 이용하거나 대형마트를 이용하더라도 비교적 한산한 시간에 온다.
외출 시간이 길어져 아이가 지루하고 힘들어서 소리를 지른다면, “네가 지금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알고 있어. 그런데 조금만 더 참아 줄래? 이제 거의 다 끝났거든”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되도록 빨리 장을 본다. 아이는 ‘엄마가 내가 힘들어하고 불편해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부모가 아이를 잘 관찰해서 몸이나 마음 상태를 잘 파악하고 헤아려 주면,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소리 지르는 일은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