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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주 회장 친인척에 350억 부당대출해준 우리銀의 탈선

입력 | 2024-08-11 23:24:00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들에게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줬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대출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 절차 위반은 물론이고 사문서 위조, 사기 등의 위법 혐의가 발견됐다고 한다. 제2금융권도 아닌 시중은행에서 지주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대규모 부정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융업의 신뢰를 저버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직 대표 등으로 있는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42차례에 걸쳐 616억 원을 대출해줬다. 그런데 절반이 넘는 350억 원이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 등을 위반한 부당 대출이었다. 예컨대 대출자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은행은 사실 확인 없이 대출해줬다.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이나 보증 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내세워도 대출이 가능했다.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된 사례도 있었다.

2017년 우리은행장에 오른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다가 2020년 3월부터 3년간 회장을 연임했다. 손 전 회장이 은행·회장을 맡기 전엔 친인척 관련 대출이 5억 원도 안 됐다는 점에서 막강한 권한을 앞세워 대규모 부당 대출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리금융은 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을 계기로 현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내부통제 혁신 방안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올 들어 유사한 횡령 사건이 또 터진 데 이어 전 지주 회장이 얽힌 부당 대출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 경영이 말뿐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잇단 금융사고는 주주는 물론이고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번 부당·불법대출도 이미 198억 원에서 연체가 발생해 은행이 자금 회수에 들어간 상태다. 이러고서 어떻게 고객들에게 믿고 돈을 맡기라 할 수 있겠나. 가뜩이나 손쉬운 이자 장사로 억대 연봉을 받으며 눈총을 받아온 은행들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금융에 대한 불신이 더 번지지 않도록 은행의 탈선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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