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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100년 만에 다시 열린 2024 하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폐회식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평가가 많던 대한민국은 오히려 ‘역대급’ 성과로 화려하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파리 올림픽 폐회식이 1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다. 개회식이 시내를 관통하는 센강을 무대 삼아 ‘완전 개방된 형태’로 진행된 것과 달리 마지막은 스타디움에서 정리한다.
대회 최종일까지도 꽤 많은 경기 일정이 진행됐다. 여자 마라톤을 포함해 여자 농구 결승전, 핸드볼 남자 결승전, 여자 배구 결승전, 역도, 근대5종 여자부 결승전 등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는데 대한민국 선수단도 값진 메달을 추가했다.
성승민은 11일 오후 베르사유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 결선에서 총점 1441점을 기록해 18명의 출전 선수 중 3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성승민은 사상 첫 올림픽 여자 근대5종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건 것도 처음이다.
한국 근대5종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부 전웅태(29·광주시청)가 처음으로 동메달을 수확했고 파리에서 성승민이 역대 2번째 메달이자 여자 선수로는 첫 결실을 맺었다.
전날 열린 남자부에선 전웅태가 6위, 서창완(27·국군체육부대)이 7위에 그쳤던 근대5종은 성승민의 동메달로 아쉬움을 달랬다.
역도의 간판 박혜정(20·고양시청)은 멋지게 은메달을 들어올렸다.
세계 랭킹 2위에 빛나는 박혜정은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대회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인상 131㎏, 용상 168㎏으로 합계 299㎏을 들어 ‘디펜딩 챔피언’ 리원원(합계 30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국 역도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만이다.
과거 한국 역도는 2008 베이징 대회 금메달 2개(사재혁·장미란), 은메달 2개(윤진희·임정화)로 좋은 성과를 냈으나 이후 암흑기였다. 2012 런던 대회 동메달 2개(전상균·장미란), 2016 리우 대회 동메달(윤진희), 2020 도쿄 대회 노메달에 그쳤다가 박혜정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21개 종목에 선수 144명이 참가,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인원이 출전한 한국은 예상을 깨고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과 함께 역대 최고다. 슈퍼 컴퓨터까지 한국의 금메달을 5~6개로 점쳤는데 그보다 곱절 이상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전체 수확량으로도 으뜸이다.
지금껏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한 1988 서울 올림픽(금 12, 은 10, 동 11)의 33개보다 딱 하나 부족하다. 당시 개최국 이점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파리에서의 성과는 더 크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역대급’ 대회였다. 기대했던 종목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화려하게 빛났고, 예상하지 못했던 종목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당당하게 뽐냈다.
자타공인 최강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걸려있던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특히 3관왕을 차지한 남자부 김우진(청주시청)은 개인 통산 5번째 금빛 과녁을 명중시키며 역대 한국인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사격도 도쿄 대회(은 1)의 부진을 털어내고 역대 최고의 성과(금 3, 은 2)를 냈다. 만 16세의 고교생 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은 한국 선수단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자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펜싱, 태권도, 배드민턴, 탁구, 경영, 유도 등 메달을 획득한 종목들이 다양하다는 것도 아주 고무적이다. 메달리스트 다수가 20대 초중반 젊은 피들이라 내일의 희망도 밝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6일 센강을 가로지르는 수상 행진과 함께 막을 올린 이번 대회에는, 이제 치열했던 모든 경쟁을 마무리하고 폐회식을 통해 문을 닫는다.
대회가 열리는 직전까지도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수많은 파격들로 기대와 우려를 낳았던 파리 올림픽은, 꽤나 성공적인 대회로 정리되고 있다. 100년 만에 다시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베르사유 궁전, 그랑팔레, 앵발리드, 센강 등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에서 펼쳐진 다양한 경기들 많은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개회식부터 경기장까지, 기존 올림픽의 문법을 깨뜨린 파격적인 대회로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우울했던 시작과 달리 ‘더 이상 좋을 순 없다’로 마무리한 한국 선수단은 그 누구보다아름다운 파리의 마지막 밤을 맞이할 예정이다.
폐회식 기수로는 태권도 박태준과 복싱 임애지가 선정됐다.
박태준은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금빛 발차기에 성공했다. 도쿄 대회에서 ‘노 골드’ 수모를 겪었던 태권도는 선봉장이 기세를 올리면서 종주국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임애지는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복싱 여자 선수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자 한국 복싱이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수확한 메달이었다.
17일간 파리를 밝혔던 성화가 꺼지면 전 세계인들은 4년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올림픽을 기약하게 된다.
LA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1984년 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서울·파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