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경남도, 산청군에 21ha규모 밀원숲 하동-함양 등에도 50ha 조성 계획 일자리 창출로 지역소멸 대응 기대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공리 일대에 조성한 아까시나무 밀원숲의 모습. 경남도 제공
“이곳이 꿀벌이 꿀을 빨아 오는 나무로 숲을 이룬 ‘밀원(蜜源·꿀의 근원)숲’입니다.”
지난달 22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공리 일대 해발 350m 지점 숲에서 만난 김경숙 경남도 산림관리파트 주무관은 7∼8m 높이 아까시나무(일명 아카시아) 21만 그루가 가득 들어찬 숲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벌꿀 생태계 복원을 위해 경남도와 산청군, 산청군 산림조합이 2017년부터 5년간 조성한 21ha(헥타르) 규모의 밀원숲이다. 아까시나무는 평균 활착률이 90% 이상으로 높고 고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대표적인 밀원수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밀원 면적은 약 15만 ha로 1970, 80년대 밀원 면적(48만 ha)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밀원수가 부족해져 경쟁에 내몰린 꿀벌이 월동 후 대량 폐사하기도 한다.
5개 군 지역에는 ‘채밀권 경매제’ 시범 사업도 처음으로 도입한다. 이 제도는 개인 소유 숲에 양봉업자가 벌통을 설치해 벌꿀을 채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양봉 수익 일부를 숲 소유자와 나누는 제도다. 산주가 밀원수를 심어 소득을 얻도록 참여를 유도해 밀원숲을 늘리려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밀원숲을 늘려 귀산촌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역 소멸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경남도는 기대하고 있다. 하태경 경남도 산림관리파트장은 “전 세계 식물의 75%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꿀벌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밀원숲 조성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밀원숲에서 생산한 꿀을 국립공원의 친환경 이미지와 결합해 뉴질랜드의 ‘마누카꿀’처럼 경남의 청정 벌꿀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양봉 농가의 소득을 증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특화림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역별 기후조건, 문화, 역사 등에 맞는 수종을 선정해 숲으로 키워 산림소득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통영·고성 지역의 동백림, 거창 자작나무숲 등이 대표적이다. 경남도는 올해 120ha, 내년 200ha 면적에 특화림을 각각 조성하고 관광산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